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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솔부는새바람>2. 미술 - 고객찾아 안방까지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미술계가 수년에 걸친 불황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구절 가운데 ‘미술의 대중화’라는 말이 있다.그림값이 끝모르고 치솟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화랑들은 고가의 작품을 살 수 있는 특정 컬렉터들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일반인들이 화랑 문턱을 높게만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도도한 화랑들이 스스로 ‘문턱 낮추기’를 외치며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다.몇십만원짜리 판화 한점이라도 살 수 있는 고객이 아쉬울 정도로 작품거래가 별로 없기 때문.

95,96년 화랑협회 주최로 열린 ‘한집 한그림 걸기’행사는 저가의 작품으로 일반인들을 화랑으로 불러들이는 미술의 대중화 모색이었다.더욱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3월 현재 시점의 화랑들은 아예 안방으로,또 거리로 직접 고객들을 찾아나서는,그야말로 발로 뛰는 미술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선두주자는 가나화랑.이 화랑은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인 하이쇼핑(채널45)의 ‘아트 컬렉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판화와 에디션 개념의 멀티플 조각을 위주로 한 낮은 가격대 작품 20여종을 전화로 통신판매해오고 있다.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간씩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 전화가 5백여통 이상 쏟아질 정도로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경매까지 실시하고 있다.

가나화랑 김명선과장은 “미술품 한점 갖고 싶어도 막상 화랑을 찾기에는 겁나고 쑥스러워 작품 구매를 포기해왔던 컬렉션 초보자들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참여율이 높다”면서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회에 2천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50% 이상이 판화작품”이라고 밝혔다. 단순 판매와 함께 지명도있는 작가들의 작품 한 두점은 TV경매로 판매한다.박서보·최욱경등 원로와 작고작가 중심인데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물방울작가 김창렬의 40호 크기 작품으로 1천3백만원에 낙찰됐다.이도 시중 거래가격보다 낮은 것이다.이와 함께 가나화랑은 제작중인 CF가 완성되는대로 TV광고도 시작할 예정이다. 4월에는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 ‘A&C 아트마트’가 케이블 TV 문화예술 채널인 A&C코오롱(채널37)에서 방영된다.‘아트 컬렉션’이 가나화랑 단독으로 진행하는데 반해 이 프로그램은 갤러리 현대를 비롯해 표화랑·예화랑·학고재·박영덕 화랑·박여숙 화랑·갤러리 이콘·갤러리 사비나등 모두 8개 화랑이 한달씩 맡아 만들어 나간다.

A&C코오롱 편성제작본부의 김정재 부국장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화랑들을 선정했다”며 “작가군은 서로 다르지만 가격대는 1백만원 이하가 50%로 아무리 비싸도 3백만원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작품 소개와 가격 제시가 함께 이뤄지지만 판매는 화랑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4월1일 방송될 첫회분은 갤러리 현대가 지난 17일 이대원·김종학·김애영·이만익·유의랑·윤영자의 작품으로 녹화를 마쳤다.

TV로 안방을 파고드는 것과 별도로 화랑과는 무관했던 젊은이들에게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미술작품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애드랙스’(광고+선반을 의미하는 합성어)의 엽서로 광고하며 거리로 나선 것.서울 청담동 가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세득전’이 그 예인데 작품사진이 담긴 엽서가 청담동·홍대앞등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카페·바의 엽서진열장에 놓여 신세대 눈길을 유혹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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