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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향수보다 현실묘사 공감 -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MBC 오현창(37)PD는 달수라는 주인공을 통해 소액재판.건축비리.학교촌지.주차문제등 우리 시대의 맹점을 꼬집어 풍자한,이른바 MBC베스트극장'달수'시리즈로 잘 알려진 중견연출가다.

소외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벽'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애쓰는 오PD는“드라마는 사회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중 하나.

지난해 11월 MBC'전원일기'연출을 11번째로 맡았을 때 사람들은 그가 보여줄 농촌드라마의 변신에 주목했고 결과는 기대와 그리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연출이 차창밖 고즈넉한 농촌풍경에 감탄사만 내뱉고 휭하니 지나치는 것이 아닌,차에서 내려 바짓단을 걷고 논으로 들어가 거칠어진 손마디를 어루만지고 있기 때문.

현대식 주택과 편의시설로 일견 현대화된 양촌리와 영남.복길.수남등 3세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한 새'전원일기'는 훈훈한 고향의 정에만 경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담배피우는 고교생,할머니의 치매,청탁에 시달리는 경찰관,신용카드 남용등'시골사람들'의 사는 얘기를 그대로 드러내는데 치중한다.

특히 불법인줄 알면서도 외국 근로자를 데려다 써야 하는 현실을 그린'헬로 캡틴',중고경운기 AS를 받기 위해 벌이는 노력을 담은'고집전선 이상없다'등은 농촌의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 작품들이다.

8백회 특집'볼펜농사'역시 농수산물 가격이 공정한 유통질서가 아닌 일부 중개업자들과 탁상행정에 놀아나는 한심한 현실을 잘 고발했다.

'볼펜농사'에서 아들은 공들여 키운 농산물이 왜 헐값에 매겨지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아버지도 답답하기는 매일반. 오PD는 해답풀이를 시청자에게 넘겼다.답답함을 풀기 위해선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사회 개선의 계기'로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80년10월 시작된'전원일기'가 요즘 새롭게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되고있다면 고민할 여운을 남겨주는 거의 유일한 드라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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