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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다독거려주는 기업손길 - 작품 활동 지원에 후한 씀씀이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한창그룹 계열사인 부일이동통신과 설치미술가 김영진씨가 지난 1일 3년 조건으로 맺은'자문용역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제2조(컨설팅 범위)…사업장소 내.외부의 예술적 품위유지와 장식에 대한 자문…매년 작품1점을 사업장소에 설치…제4조(용역 결과에 대한 보수)…컨설팅에 대한 대가로 월1백만원을 지급한다.'

기업내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해 계약서상 예술자문 대가로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예술자문도 자문이지만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엄청난 경비가 드는 김씨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1백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

외국에서 열리는 기획전등에 참가하는 작가에게 기업이나 문화재단이 1회성으로 전시비용을 일부 부담하거나 작품인수를 조건으로 사전 제작비를 지원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계약하고 정기적으로 특정작가를 지원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

라 주목된다.문화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 기업이라 해도 당장의 손익계산을 앞세워 작가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실정이기 때문.

김씨의 전속화랑인 표화랑의 표미선 사장은“작품제작비가 엄청나게 드는데 비해 작품판매는 어려운 분야가 설치”라며“설치작가인 김영진씨 역시 이런 점 때문에 개인전 이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었는데 이 일로 많은 힘을 얻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와 성격은 다르지만 현재 신세계현대아트에서 판화전을 열고 있는 유의랑씨도 한솔문화재단의 사전제작비를 받아 작품전을 연 경우.순전히 이번 전시에 출품할 24종의 판화 제작을 위해 3년전부터 몇차례에 걸쳐 5억5천만원에 달하는 큰

돈을 지원받았다.

유씨는“당장 눈 앞에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작가를 믿고 이렇게 큰 액수의 돈을 지원해주어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이번 일이 다른 기업이나 문화재단에도 영향을 줘 좀 더 많은 작가들이 작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5년 설립된 한솔문화재단은 유씨 이전에도 윤향란씨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융세씨의 전시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모기업이 제지회사이기 때문에 종이작업 작가 위주로 지원한 것이지만 유씨처럼 파격적인 금액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는“기업은 마음대로 재정지출을 할 수 없고,문화재단은 화랑과 작가의 관계 때문에 특정작가를 지원하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면서“하지만 기업경영 마인드를 바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우리 작가를 우리 기업

이 키운다는 생각으로 지원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일부 기업들이 작가들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사진속의

인물은 판화작가 유의랑씨와 설치미술가 김영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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