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에 한이헌.이석채 연루로 정국 재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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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韓利憲).이석채(李錫采)씨의 한보 대출관련 압력사실은'한보-김현철 정국'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야 모두 김현철(金賢哲)씨 주변의혹과 맞물려 새롭고'끔찍한'사실이 터져나오는 제2막 '개막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은 韓.李씨의 한보대출 개입 확인을 잃었던 금고열쇠라도 찾은양 반색하고 있다.

韓.李씨 개입사실을 시인한 홍인길(洪仁吉)의원의 진술은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시작으로서,많은 것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지리란 기대다.“지금까지 나온 한보 진상은 검찰의 엄격한 검열절차를 거친 정제(精製)된 것이며,청문회 과정에서

설(說)이 사실로 나타나는 사례를 무수히 보게될 것”(국민회의 李相洙간사)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판단아래 17일 간부회의에서부터 초강경자세로 돌았다.박상천(朴相千)총무는 “청문회에서 현철씨 증언의 범위는 당연히 국정개입 전반에 걸친 것이어야 한다”고 확대 청문회를 강조했다.

'검찰까지'金씨 주변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하는 마당에 국회가 한보만 갖고 조사활동을 펴서는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끓는 국민감정을 추스를 수 없다는 논리였다.

안기부법 처리와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를 연계키로 하는등 모처럼의 호기(好機)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 뚜렷했다.

한편으론 그간 거론해온 한보 정보근(鄭譜根)회장과의 친분설,한보 전환사채 보유설등 각종 의혹을 다시 정리해 배포하는등 홍보에도 나섰다.

자민련도'한보사건의 몸체가 드러나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韓.李 두사람이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것은 더 나아가 한보사건과 김현철씨간의 관련설을 규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가세했다.

발등에 붙은 불길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래저래 득될게 없는 신한국당은 착잡하기만 하다.

한보 의혹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데 대해 저항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파문이 최소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그저'현직 대통령 아들이 저 지경이…'하는 동정심이 촉발되기를 은근히 고대하고 있다.

여권의 고민은 막 출범한 이회창(李會昌)대표 체제가 손발을 맞춰볼 틈도 없이 걷잡을 수 없이 비화되는 한보-김현철 정국의 한가운데로 끌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와중에 당내 계파의 생각은 갈라져 있다.17일 의총에서 박희태(朴熺太)신임총무가“동료의원들을 배에 가득 태우고 목적지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인사하자“허주(金潤煥고문)계 아니랄까봐 배에 비교하느냐”“난파선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라는 등의 뒷소리가 나왔다.

여권으로서는 李대표의 대쪽 이미지와 정면 승부수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李대표는 의총에서“우리 당은 하나의 정당이지 2~3개로 분열된 정당이 아니다”며 당내 갈등과 한보-김현철 난제(難題)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현종 기자〉

<사진설명>

방청객 장사진

한보 특혜비리사건의 피고인 10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7일 오전 서울지법 417호 법정입구에는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방청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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