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촌지고민 하지마세요' 교사.학부모 집단면담.전화상담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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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자녀를 둔 주부 金모(34.서울서초구반포동)씨는 이번 새학기에도 담임선생님을 한번 찾아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지나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굳이 찾아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면'남들은 다 가는데…'하는 생각이 앞서 안갈 수 없을 것같고'빈손으로 가도 되겠지'라고 마음먹는 순간'남들은 안그런다는데'하는 불안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경남 창원청년회의소가 초등학생 학부모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중 7명이'촌지 부담 때문에 학교방문이 꺼려진다'고 답했고,10명중 4명은'싫든 좋든 한달에 한번 이상 학교를 찾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야 할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이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하지만 최근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내는 모범적 학부모 면담사례가 등장했다.

경기도성남시 탄천초등학교는 신학기 학부모 개별면담을 학부모 전체회의로 대신한다.3월중 열리는 이 회의는 학교장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뒤 다시 학급별로 학부모와 교사의 면담시간을 갖는다.학부모 참여율은 70% 정도.교사 면담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은 허물없이 의견을 교환하는데 이후 교사와 학부모간 의사소통은 알림장과 전화로 제한한다.대신 학기마다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수련회등을 개최해 학부모들의 공개적인 학교방문을 유도한다.

서울서초구잠원동 신동초등학교도 신학기 학부모 개별면담 대신 전체면담을 개최한다.학생의 생활지도는 전화이용을 적극 권장한다.

이 학교 학부모 김영희(金英姬.35)씨는“여러 부모들과 같이 담임을 만나 부담이 덜한데다 같은 반 학부형들의 얘기를 함께 듣게 돼 평소 교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의 학교찾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전화자동응답시스템'을 갖춰 전화 한 통화로 자녀의 성적을 수시로 체크하고 교사와 면담을 유도하는 학교도 있다.지난해 6월 속초고등 강원지역 5개학교가 이 시스템을 가동한 것을 비롯,서울 화원

중과 충주고등도 잇따라 이같은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고 나섰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은옥(李恩玉) 공동대표는“교사는 학부모들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학부모들도 자기 자녀만 위한 개별면담을 고집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신용호 기자〉

<사진설명>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학교의 운영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학부모들.최근 일부 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집단면담도 운영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것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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