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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리즘>톱탤런트 유동근 - 불혹나이에 스타인생 만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남자나이 마흔.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기 시작해야 한다는 나이다.남편으로,아버지로,그리고 사회의 중견으로 자신의 삶을 추스려야 하는 때.탤런트 유동근(40)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80년 TBC를 통해 시작한 방송계 생활도 어느새

십수년.지난해 MBC'애인'과 올해 KBS-1TV'용의 눈물'을 통해 인기의'단맛'이 뭔지도 비로소 알게 됐다.하지만 그는 안다.기분에만 휩쓸리기에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는 것을.

“기분,좋지요.하지만 그보다 어깨가 더 무거운게 사실입니다.”

유명세가 가져온 것은 우선 생활의 변화다.오전9시부터 11시까지 KBS

제2라디오에서'행복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주말극'용의

눈물'과 수목 드라마'욕망의 바다'녹화 스케줄 때문에 새벽녘이나 돼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

김성환.김영철.최수종등 좋아하는 선후배 연기자들과 술자리를 한지도

오래됐다.식사도 제때 못찾아 먹는 남편을 위해 탤런트인 아내 전인화가

준비한게 현미가루.차안에서 우유에 타먹으면 간편하고 요기도 되고

건강에도 좋다는게 유동근의 자

랑이다.

오는 26일부터는 대경전문대에서 매주 수요일 네시간짜리'연기기초'를

강의하는 어엿한'교수님'이 된다.

“학생들에게 뭘 굳이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다만 꿈을 안고

들어온 학생들의 꿈을 깨는 작업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특히 배역의

심리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토론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는 그 자신은 연기에는 별 뜻이 없이 겉도는 학생이었다고

털어놓는다.서울예전 시절 고무신을 끌고다니며 소주에 새우깡을

놓고'예술'을 논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이 그렇게 새금해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

후배들이 넣어주다시피한 원서로 입사한 TBC에서도 그의'밋밋함'은

여전했다.“건실하고 명랑하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는게 초보 탤런트

유동근에 대한 평가였다.오죽하면'막대기'로 불렸을까.이런 그를'배우'로

만들어준 사람이 작고한 작

가 유열씨다.배우의 자세를 하나하나 가르쳐준 유열 선생님 앞에서 넙죽

절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들 때도 많다.

선 굵은 남성적 외모 덕분에 유동근의 전공은 자연스럽게 사극이 됐다.첫

주연작품도,주요 출연작품도 사극이었다.

사실 사극연기는 힘들다.대사와 말투는 까다롭지,분장과 의상은

번거롭지,게다가 광고모델 섭외도 거의 안들어오기 때문에 탤런트들이

꺼리는 배역중 하나다.

“저도 사극이 싫어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왜 나는 사극만 해야

하는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것을 살리는게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무슨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연기도 술술 풀렸죠

.”

“사극 경험없이 이방원을 맡았다면 힘이 너무 앞섰을 거예요.사극은 일반

드라마와 달라요.바둑에도 수가 있듯 드라마에도 수가 있거든요.가령

정도전이 문무양권을 손에 쥐도록 하는 것도 방원의 수거든요.강하면

부러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일

종의 계략이죠.그런 방원의 내면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그게

노하우죠.”

이 대목에서 그는 배우란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를 1백% 읽을 수 있어야

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변신은 배우 혼자 하는게 아니죠.저는 드라마를 하면서 원작을 읽지

않습니다.원작을 읽으면 아무래도 잔영이 남게 되니까요.연기자는 빈

그릇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야 그 속에 새로운 내용물이

담기거든요.”

처음으로 코믹한 역할을 맡았던 SBS'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에서의 남을

웃겨야 했던 어려움은 여러가지로 많은 경험이 됐다.이 경험은'이 남자가

사는 법'에서 야망을 위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는 출세주의자

박승부로,'애인'에서

문득 찾아온 사랑을 보듬어 안고 가려는 완벽주의자 정운오로 이어지며

현대물에도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이쯤해서'이 남자…'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열두살 연하의 아내

전인화씨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남편이 왕이 되기 위해서는 아내를 왕비처럼 떠받들어야 한다는 그의

아내사랑법은 얼마전 출시한 시낭송 테이프에도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잘 녹아있다.

'언제나 깔끔하고 빈틈없는 아내가/지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잠들어

있습니다/이젠 설렐 것도/신비할 것도 없는/한때는 나의 연인이었던

아내/그러나/아직도 나의 말에 속아주고/나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챙겨주는/그런 아내가 잠들어 있습니다

/평생 나의 연인일 나의 아내.'('나의 연인이었던 아내'중에서)

그의 희망은 딸 서현(7)과 아들 지상(5)에게'매력있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돈 많이 벌고,사회적 지위가 높은 아빠보다는 매사에 긍정적이고,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놀 때는 열심히 놀고,잘못했을 때는 솔직히 사과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매력적인 아버지와 자상한 남편,믿음을 줄

수 있는 교수,그리고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탤런트.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탤런트 유동근이

결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네가지 테마는 이 땅 남자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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