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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신문 일기 쓰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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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조봉초교 6학년 송상혁군과(右) 엄마 정미주씨가 중앙일보 기사를 활용한 신문 일기를 들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요즘 신문 타이틀은 유가 상승, 서민들의 한숨 등 점점 힘들어지는 경제가 주제거리다. 다행히 외국인들이 저글링처럼 쏟아져 나와 한숨 돌렸다. 품질이 F고 가격이 싼 중국산, 품질이 A+로 적당한 가격을 가진 한국산~! 이래서 외국인들이 한국 쇼핑몰로 오는 걸까….”(12월 8일자 일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듯 스승=부모인데 스승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 와인이 뉘여 있으면 보긴 싫지만 맛과 품질은 좋아진다. 하지만 보기 좋게 세워진 와인은 식초가 되고 만다. 스승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생이 수업시간에 닌텐도 게임을 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12월 12일자 일기)

광주 조봉초등학교 6학년 송상혁(12)군이 쓴 ‘신문 일기’다. 송군은 1학년 때부터 6년째 중앙일보 기사와 사진을 활용해 신문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 분량만도 32권이나 된다. 출판사 측의 제안을 받아 이달 중순 신문활용교육(NIE) 일기를 모아 『엄마 때문에 못살아』(꿈소담이)라는 책도 낸다.

12일 아침 8시, 광주 남구 봉선동 금호1차아파트. 송군은 거실 식탁에 앉아 신문을 1면부터 펼쳐가며 헤드라인을 쭉 훑어보았다. 매일 아침 등교 전 10분간 헤드라인을 읽는 습관을 지닌 게 6년째다. 송군은 저녁 식사 후 오후 7시40분부터 엄마와 함께 본격적으로 신문을 읽었다. 30분간 평소 관심 있는 정치나 사회 기사 중심으로 ‘곱씹으며’ 읽었다. 엄마가 주제문에 줄을 쳐주고, 어려운 낱말은 사전을 뒤적이며 함께 찾았다.

송군은 2003년 9월 14일 처음 신문일기를 썼다. 노트 왼편에 ‘최저기압·최대풍속 역대 최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붙인 후 오른편에 동시 ‘농부의 웃음’을 썼다. 송군은 “그때 스케이트를 배웠는데 국가대표 김동성 선수 사진을 오려 붙인 후 일기를 쓴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신문 일기 쓰기가 마냥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저학년 때는 줄기세포 같은 어려운 과학 기사를 읽기 싫다며 “왜 신문 일기를 써야 하느냐”며 떼를 쓰기도 했다. 엄마 정미주(43)씨는 “신문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컬러 광고를 활용하거나 마인드맵, 방송 리포트식 신문 일기 등을 다양하게 쓰고 산에서 채집한 식물이나 뮤지컬 티켓, 영화 포스터도 붙였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렸을 땐 옆에 앉아 매일 신문을 읽어 줬다. “시사상식을 높이는 데 신문만 한 보물이 없기 때문”이라 는 게 정씨의 말이다.

송군은 글짓기대회에만 나가면 입상을 놓친 적이 없다. 제51회 호남예술제 운문부문 금상, 2008 사랑의 일기 큰잔치 초등부 대상…. 수상 경력이 제법 화려하다. 선생님들은 송군을 가리켜 ‘멀티형’ ‘수능형’ 학생이라 부른다. 정씨는 “NIE를 한 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며 “‘유엔 사무총장의 월급이 얼마냐’며 엄마 아빠의 웃음을 자아내는 질문도 곧잘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에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날에는 ‘내일은 검은 해가 뜰 거야’라는 제목의 신문 일기를 썼다.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도 신문이 준 혜택이다.

송군은 매일 점심시간이면 급식을 먹자마자 학교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40분씩 책을 읽는다. 『변신』 『모비딕』 『호밀밭의 파수꾼』 등 서양 고전문학도 지루해 하지 않고 읽는다. 정씨는 “‘학원표 논술’ 같은 틀에 잡힌 글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힘’은 또래보다 나은 것 같다”며 “6년간 매일 신문을 읽은 덕분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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