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전문 기자의 Health & Study] 신문 사설 옮겨 쓰면 전두엽 자극 받아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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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머리 좋아지는 약’은 없다. 또 지능지수라고 하는 IQ를 높이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도 없다. 사실 평생을 두고 사용해도 뇌세포의 10분의 1도 써 먹지 못한다. 요점은 부모님에게 물려받는 지능지수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경쟁력이 달려 있다.

일전에 전두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열려라 공부’ 11월 26일자 7면>. 전두엽은 자극할수록 기능이 높아진다. 뇌신경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줄지만 대신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회로가 튼튼해지고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증가하면서 정보 저장 및 출력 기능이 좋아진다.

공부를 잘 하려면 바로 전두엽에 저장을 잘하고, 잘 꺼내 쓰면 된다.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약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극’을 하는 것이 비결인 셈이다. 뇌과학자들은 뇌도 훈련하면 근육처럼 볼륨이 커지고, 기능도 발달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뇌 트레이닝’이다.

그렇다면 뇌 운동은 어떻게 할까.

우선 사설요법을 예로 들어보자. 신문 사설은 지식과 논리·분석력이 집약된 글이다. 따라서 매일 읽고, 쓰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사물에 대한 비평적 시각과 글을 전개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 한 가지 사설을 정해 읽는다. 이때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어야 한다. 소리가 머리를 울려 뇌를 자극하면서 뇌 운동을 돕는다. 다음에는 저녁에 자신이 읽었던 사설을 기억을 더듬어 써본다. 이때 문장을 똑같이 외워 쓰라는 것이 아니다. 의미와 전개 방식만 같으면 된다. 이때 글은 컴퓨터가 아닌 펜과 종이를 이용한다. 손으로 직접 종이에 옮겨 담는 과정이 중요하다. 문장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뇌가 자극을 받는다.

다음에는 사고력과 유연성을 기르는 트레이닝이다. 아주 쉬운 계산을 반복해 뇌를 자극한다. 예컨대 두 자리 수를 가지고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한다. 습관이 되면 앞차 번호판의 숫자나 전호번호를 가지고 계산을 한다. 항상 걷는 것이 건강의 기초가 되는 것처럼 이 같은 가벼운 숫자 계산이 뇌 트레이닝의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기억력 증진 트레이닝이다. 차량 번호판이든 광고판이든 순간적으로 본 뒤 기억을 해내는 것이다. 사진으로 찍듯 영상으로 기억하는 방법이다. 숫자나 의미보다 영상을 이용한 기억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이 증명했다.

무엇보다 이런 뇌 트레이닝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미국 버클리대의 한 교수는 뇌에 관해 재미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의 쥐에 장난감을 넣어 주고 마음대로 놀게 한 반면 다른 그룹은 제한된 공간에서 답답하게 살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장난감을 가지고 논 쥐 그룹의 뇌 무게가 10%쯤 증가했다.

당장 시험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뇌력을 높이는 꾸준한 트레이닝이 장기적인 성적 향상에 기초체력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고종관 건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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