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염종석, 6년 만에 호랑이 사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인조잔디에 이 정도면야."(롯데 양상문 감독)

"어, 비 오네. 힘들겠는데…."(기아 김성한 감독)

27일 오후 6시 광주구장. 경기시작 30분을 앞두고 내리는 비를 대하는 롯데와 기아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원정팀 롯데는 강행을, 홈팀 기아는 내심 비가 더 쏟아져 경기가 취소되길 원하고 있었다.

올 시즌 광주구장에 가장 적은 관중(645명)이 든 것도 기아로서는 흥이 안 나는 듯했다.

더 큰 이유는 투수력 차이 때문이었다. 롯데 염종석(사진), 기아 고우석이라는 선발 카드부터 롯데의 우세였다. 구원투수진도 방어율 1점대의 임경완이 버틴 롯데가 신용운이 부상으로 빠진 기아보다 외형상 우세였다.

기아 김감독의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됐다. 롯데 선발 염종석의 절묘한 투구에 기아 타선은 내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전까지 기아전에서만 6연패했던 염종석은 7회 선두 마해영에게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 한방을 내줬을 뿐 6이닝 동안 3안타.1볼넷.1실점의 호투로 1998년 9월 12일 광주 해태전 패전 이후 약 6년 만에 승리를 낚는 감격을 맛봤다.

시즌 2승(1패). 염종석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120㎞대의 슬로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에 143㎞짜리 직구를 섞으며 기아 타선의 허를 찔렀다.

롯데 타선은 2회초 허일상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아 리드를 잡아 염종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1-0으로 앞선 7회초 박기혁.정수근의 연속 안타와 박남섭의 볼넷 등으로 만든 1사 만루. 4번 타자 페레즈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려 5-0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기아는 0-5로 뒤지던 7회말 마해영의 솔로홈런으로 19게임 연속 팀 홈런 신기록을 이어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2-6으로 뒤지던 9회말 무사 2, 3루에서 심재학과 김경진의 연속 내야땅볼로 2점을 얻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잠실(삼성-LG), 문학(한화-SK), 수원(두산-현대) 경기는 도중에 내린 비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잠실 경기는 9월 11일 더블헤더로, 수원 경기는 9월 15일 더블헤더로 열리며 문학 경기는 8월 13일에 치른다.

광주=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