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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나는 체니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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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매주 화요일 주례 전략회의를 열었다. 오찬을 함께하며 주요 입법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엔 딕 체니 부통령이 상원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공화당을 조종했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회의 때 들은 체니의 말을 상원에서 실행하는 데 열중했다.

민주당은 그런 공화당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공화당이 의회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백악관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체니의 공화당 회의 참석이 삼권분립 정신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민주당은 판단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지역 일간지 라스베이거스 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사진) 부통령 당선인의 상원 회의 참석을 봉쇄하겠다”며 “우린 의회의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 사회를 볼 수 있지만 의안 표결엔 가부 동수일 때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상원 전체 의석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상원 회의는 부통령이 아닌 임시의장에 의해 진행된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0년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선출된 후 정권 이양기에 열린 상원의 민주당 정책회의에 참석하려 했었다. 그때 많은 의원이 “의회 활동에 대한 행정부의 간섭이 커질 것”이라며 강력하게 저항해 좌절됐다.

그러나 바이든은 자진해서 “헌법을 지키겠다”며 상원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의 대변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는 “체니가 시작한 관행을 따를 이유가 없다”며 “바이든은 부통령의 전통적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헌법정신을 존중한다면 행정부 안에서 대통령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 때 염두에 둔 건 외교 분야에서 그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상원 외교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분쟁지역 중재도 했던 바이든에게 외교의 상당 부분을 맡긴다는 게 오바마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 자리를 차지하자 바이든은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런 그가 최근 노동 분야를 맡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바이든이 소득 불평등 해결과 노동권 옹호를 강조해 온 노동 경제학자 재러드 번스타인을 자신의 경제보좌관으로 지명한 건 노동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선거 때 중고 자동차 영업을 한 아버지 얘기를 하며 노동자의 아들임을 강조한 바이든은 회원 1050만 명의 노동조직 AFL-CIO가 박수를 보낼 정도로 노동계의 이익을 적극 대변해 왔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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