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개선문에 한국전 참전 동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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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프랑스는 한국전쟁에 군인 3421명을 보냈다. 이 중 262명이 전사하고, 7명이 실종됐다. 또 1008명이 부상하고 12명이 포로가 됐다.

프랑스 정부는 개선문에 한국전 참전을 기리는 동판을 설치하고 26일 제막식을 열었다. 샤를 드긴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장, 앙라위 메카쉐라 프랑스 향군성장관, 서동열 한국 재향군인회 부회장, 주철기 주 프랑스대사, 프랑스 대대에 배속돼 싸웠던 이재열씨, 한국교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프랑스가 참전을 기념해 개선문 바닥에 설치한 동판은 제1, 2차 세계대전과 알제리 전쟁에 이어 한국전이 네번째다. 동판에는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여한 프랑스의 옛 장병들에게'라고 쓰여 있다. 이날 제막식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프랑스의 한국전 참전 용사 200여명이었다. 한 노병은 파리에서 1000㎞도 더 떨어진 남부도시 님에서 왔다고 말했다.

반백의 머리에 베레모를 멋지게 쓴 참전용사들은 시종일관 엄숙한 모습이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대부분 70세를 넘긴 노인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백이 넘쳐 보였다.

개선문이 어떤 곳인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중심부에서 프랑스의 영광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세계 곳곳에서 국가의 적을 물리친 뒤 기뻐 외치던 함성과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바로 그곳에 자신들이 조국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웠다는 사실을 알리는 기념물을 나라에서 세워준 것이다.

프랑스가 존속하는 한 이들의 공적은 자손만대에 역사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

애국심은 그저 생기는 게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를 위해, 프랑스의 이상을 위해 싸운 사람들을 영웅으로 대접했다. 그래야 그것을 보는 후손들도 기꺼이 영웅이 될 준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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