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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재일교포극단 창단10년'신주쿠 양산박' 연출가 김수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재일교포극단'신주쿠 양산박'을 찾아가는 길은 꼭 안내자가 필요하다.외진 곳에 있는 탓이다.

도쿄 중심가에서 JR 중앙선을 타고 신주쿠역을 거쳐 40분은 가야 겨우 다다를 수 있는 곳.사무실과 연습실,화장실,온갖 세트와 소품들로 뒤섞여 있는 1백평 남짓한 극단은 영락없이'수호지' 의적들의 소굴같다.

연출가 김수진(39)씨는 이곳의'두령'.우리에게도 꽤 알려진 재일교포 연극의 기수이자 일본 연극계에서도'앙팡 테리블'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교포작가 정의신(94년 기시다희곡상 수상).연기자 김구미자등과 함께 극단 신주쿠 양산박을 창단한지 10년이 됐다.“그동안 힘든 여정이었다”는 그는“한국인이란 자존심이 큰 용기가 됐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현재 신주쿠 양산박의 단원은 35명.그의 연출실력을 믿고 제 발로 걸어온 일본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동고동락하던 옛 동료들과 결별,훨씬 식구가 단출해진 것.그래도 그는“유미리(올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전월선(오페라가수)씨가 늘 곁에 있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구성원이 누구냐를 따지는 단계는 지난 것같아요.열정으로 뭉친 일본 젊은이들이'반려자'로 있으니 앞으로 우리 극단을 두 민족간 구원(舊怨)을 용해시키는 용광로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선지 그는 앞으로 5년뒤에나 기념공연을 하겠다며“지난 10년을 역사속에 그냥 묻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재일교포 작가 김봉웅(일본명 즈가 고헤이)의'비룡전(飛龍傳)을 연극으로 만드는 중이다.

이 작품은 70년대초 일본의 안보투쟁 당시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으로 세대가 지나도 왜곡될 수 없는 역사적 가치에 관한 한편의 서사시다.3월말~4월초 공연예정.

그는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세계연극제'에 참가해 고국팬들과 만난다. [도쿄=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재일교포극단'신주쿠 양산박'의 리더 김수진씨.올해로 창단 10년을 맞이한

그는 단원들과 함께 신작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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