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 부모님 폐 CT 검사 꼭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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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5.5%. 미국(15.2%)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환자 4명 중 한 명이 생존하는 일본(25.6%)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일본에서는 노인 폐암 환자를 적극 관리하기 때문이다.

매년 10%씩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폐암 발생을 줄이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법을 찾아본다.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 스태프가 환자의 폐 CT 사진을 보며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앉아 있는 박근칠 교수(폐암센터장)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권오정(흡기내과)·안용찬(방사선 종양)·최준영(핵의학)·심영목(흉부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생존율과 직결되는 조기 검진=폐암은 암덩어리가 상당히 커지기 전까진 기관지염·폐렴·폐 결핵 등 때 나타나는 기침·호흡 곤란·흉통·객혈(피 석인 객담) 등의 증상이 없다. 따라서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봐야 한다.

그 결과 진단 후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 4~5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 조기 발견해 수술한 환자의 생존율이 70%인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수치다. 따라서 생존율을 높이려면 무(無)증상인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이를 위해 의학계에선 폐암 발생 고위험군에게 저선량 폐 CT(전산화단층촬영) 검사를 권한다.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사람(하루 반 갑씩 피울 땐 40년, 두 갑씩 피우면 10년)은 고위험군인데 현재 우리나라 노인 남성 60~70%는 여기에 해당한다. 또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거나 발암 물질을 많이 흡입하는 작업장에서 일했던 노인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저선량 폐 CT검사는 0.3mm 정도의 초기 폐암도 발견할 수 있는 반면 가슴 X선 사진은 암덩어리의 지름이 2~3cm 이상 돼야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여성 암 사망률 1위도 폐암=여성 암 사망 원인 1위도 폐암이다. 실제 폐암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여성인데 이 중 흡연자는 10%에 불과하다.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본인은 흡연을 안 해도 발병하기 쉬운 체질을 타고난 탓에 여성은 가족 중 흡연자가 있어 간접흡연을 오래 했거나 조리를 할 때 나오는 연기 속에 함유된 발암인자 등을 장기간 마시는 등의 이유로 폐암 환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노인도 고위험군에 해당할 땐 일단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진행된 폐암엔 신치료법이 대안=일단 조기 진단 기회를 놓쳐 폐암이 진행됐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이때도 미리 낙담하거나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암 발생 및 성장과 관련되는 요인만 골라 선택적으로 파괴시키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 정상 세포 가릴 것 없이 파괴시키던 이전 약과 달리 표적치료제는 암세포 위주로 약효를 발휘한다. 따라서 효과도 좋고 탈모·구토·설사·백혈구 감소 등 기존의 항암제에서 나타났던 부작용도 훨씬 적다.

폐암의 경우 2002년 도입된 이레사, 2005년부터 사용된 탈세바 등이 여기 해당된다. 특히 이런 약들은 이전의 항암제로는 치료 효과가 나빴던 폐암(비소세포암)뿐 아니라 특히 여성이나 비흡연자 치료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암세포의 성장에 필요한 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아바스틴 등의 약도 암세포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항암치료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분=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 삼성서울병원 내과 박근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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