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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에 선 세계 자동차시장 변화에 유연해야 살아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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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업체들은 판매 격감을 맞아 생산대수를 줄이고 감원과 공장 폐쇄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1등인 도요타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위기의 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경제가 회복됐을 때 세계 경제지도는 새롭게 바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도요타에서 33년 근무했던 이마이 히로시(今井弘·76·사진) 전 미국도요타물류 사장은 자동차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본다. 특별기고를 통해 금융위기가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과 새로운 판도 변화를 가늠해본다. 편집자

과거 50년간은 미국 메이커가 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왔다. 이 가운데 10년 단위로 큰 변화가 나타났다. 1950년대는 대형화시대로 차체도 엔진도 그저 커지기만 했다. 60년대는 차종 다각화시대다. 패밀리카부터 개인용 차로 이동하면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차를 선택한 시기로 포드 머스탱이 대표적인 차다.

70년대는 규제의 시대로 배기가스 규제법이나 차량 안전규제가 제정됐다. 80년대 연비 경쟁시대다. 오일 쇼크로 연비 경쟁이 가속·치열해지면서 대형 위주의 미국차에 비해 소형 수입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90년대는 세계적 통합시대다. 새로운 연료 및 동력원 개발이 확산되고 자동차 업체 간 인수합병이 시작됐다. 그리고 2000년대는 혁신 준비시대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생산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친환경(신세대)차 개발이 핵심이다. 이런 흐름 속에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가 쇠퇴하고 있다.

70년대 미국 정부는 차량 안전과 배기가스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존 차량 대부분의 설계를 변경해야 했다. 폴크스바겐·볼보·도요타·혼다 등은 미국 수출 차종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응이 쉬웠다.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풀 라인업을 전개한 미국 업체들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결국 기한에 맞추지 못해 연기를 신청했다. 여기에 70년대 후반부터는 연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도요타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때쯤이다. 도요타생산방식(TPS)은 품질의 향상과 비용절감을 실현한 최선의 생산방식으로 각광받아 TPS를 연구해 도입하려는 메이커가 급증했다.

나는 당시 미국 테네시대학에서 TPS를 가르쳤다. ‘TPS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에 대한 답은 ‘효율의 추구’다. 효율은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방식 이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개선을 통해 낭비(필요 없는 것)를 배제하고 효율을 최고로 높인다’는 TPS는 자동차 업계 처음으로 도입된 방식이었다. 도요타는 기술이 아니라 기업문화로 확산시켜 전사적으로 TPS를 보급했다.

미국 빅3와 경쟁에서 이긴 일본 업체들은 80년대부터 현지생산을 늘리면서 미국 정부와의 갈등을 피해 나갔다. 도요타 역시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고품질·저비용을 앞세워 지난해 GM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수요가 급증할 때는 신차 개발기간 단축이 경쟁 우위요소다. 이때는 도요타생산시스템이 발군의 강점을 보인다. 수요가 감소하고 생산도, 개발도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없을 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속도, 즉 효율의 경쟁이라는 테마가 바뀐 것이다.

최근 몇년간 도요타는 해외 생산거점을 30개까지 늘렸다. ‘동일한 차를 동일하게 만든다’는 방식으로 효율화와 비용절감에 주력했다. 하지만 정말로 현지화했는지 의문이 든다. 빅3 이외의 대부분 메이커들은 현지생산보다 완성차 수출로 이익을 늘려 왔다.

금융위기가 해결됐을 때 축소된 시장에서 도요타가 지금의 방대한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독일은 정부에서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는 지금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한다. 하이브리드든 연료전지든 간에 새로운 친환경 연료계통과 신형 엔진이 필수불가결이다. 70년대 배기가스 규제 때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업체들 간에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다.

이런 대규모 투자에는 거대 기업의 자본력, 경영자원의 집적이 필요하다. 생산 안정화와 품질 유지에는 적당한 크기의 생산거점과 우수한 노동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생산거점은 경영 자원을 분산시켜 이번 금융위기에서 약점으로 드러난다.

이번 위기에서 어떤 회사가 살아남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분명한 것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는 효과적인 조직을 만들어 이를 잘 운영하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경제가 회복됐을 때 세계 자동차 업계를 이끌 메이커는 일본·독일 아니면 미국(빅3가 재기에 성공한다면)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것이 도요타라는 보증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기회는 열려 있다.

정리〓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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