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지대>"고국와 통신도 하고 정보도 얻고" - 종로 '넷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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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선시대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의 행차를 피해 뒷길로 애용했던 종로1가'피맛골'에 최근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의 발길이 머무르는 곳은 교보문고쪽 피맛골 입구에서 20여 떨어진 인터넷 카페'넷(Net)'.

건물2층에 15평 남짓한 이 카페는 매일 영국.독일.스페인등 유럽과 북미 출신 외국인은 물론 싱가포르.필리핀등 동남아시아계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줄잡아 1백여명으로 학원강사에서부터 회사원.무역업자.배낭족등으로 다양하다.

'넷'은 이같이 각계각층 인종들이 한데 어우러진 서울 한복판의 작은'멜팅 폿(Melting Pot)'인 셈.

'넷'이 이처럼 외국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곳에 마련된 10대의 컴퓨터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고국의 가족.친구들과 손쉽게 전자우편(E-Mail)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

캐나다인 제임스 스위니(27.무역회사원)는“이곳에서 인터넷 폰으로 국제전화를 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한국체류 캐나다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어 아내와 함께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아지자'넷'은 자연스레 이들의 생활정보 교환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카페 한켠에 마련된 게시판에는 중고TV 매매에서부터 룸메이트 구하기,요가 강습소개,구인.구직등 다양한 전단들이 붙어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국인들의 여론를 얻기 위해 국내 환경단체들이 붙여놓은 영문 호소문도 종종 눈에 띈다.대만의 핵폐기물 북한반입 반대를 호소하는'No Nuke Trade'도 그중 하나.

95년말부터'넷'을 열어 운영중인 윤상건(尹相建.29)씨는“외국인들이 이곳을 한국생활의 애로점을 풀어가는 장(場)으로 활용하는 것같아 무엇보다 흐뭇하다”고 말한다.

〈은종학 기자〉

<사진설명>

인터넷 카페'넷'에서 외국인들이 고국에 전자우편을 보내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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