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인프라 투자할 곳 많아 삼성·현대도 들어왔으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2호 12면

짧게 깎은 머리, 팽팽한 피부의 날씬한 동양인 젊은이가 9일 오전 한·중앙아 포럼 연단에 서서 투자 유치 발제를 했다. 고려인 3세 최 이고리. 한국에선 취직 걱정에 머리를 싸맬 나이인 스물 아홉에 카자흐스탄 산업무역부 사업개발국장이다. 이고리의 ‘스펙’은 화려하다. 미국 조지타운대와 영국 런던경제대학에서 공부하고 유럽연합에서 연수도 마쳤다. 2000년 정부에 들어와 현재 자리에는 2006년부터 있었다. 아직 미혼. 정부 장학 프로그램 ‘볼라쇽(미래라는 뜻의 카자흐스탄어)’ 덕에 해외연수를 했는데 이런 청년들이 3000명이나 된단다. 석유·가스 부국이라고 떵떵거리며 중앙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카자흐스탄이 왜 한국의 투자를 아쉬워할까.

최 이고리 카자흐 사업개발국장

-속된 말로 ‘카자흐스탄은 이미 큰 나라들이 다 먹었다’고 한다. 한국의 투자 여지가 있겠나.
“‘다 먹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은 1990년대 카자흐스탄이 막 독립했을 때 시장에 들어와 선점했다. 그래서 우선권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할 곳도 한국 기업이 참여할 분야도 없다는 말엔 동의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위권 안에 있다.”

-그런가. 그래도 카자흐스탄은 투자하기엔 모험이 따르는 나라라는 인상이 짙다.
“아니다. 카자흐스탄은 매력 있는 나라다. 투자 관련법의 정비가 잘돼 있고 정치적 환경도 좋다. 투자법은 투자회사의 이익·소유권·생산·수출 등에 관한 모든 부분을 잘 보장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도 카자흐스탄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엔 760억 달러 정도의 외자가 유치됐다. 중앙아시아 전체에서 1위다.”

-그럼 투자 매력을 설명해 달라.
“우선 인프라 사업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영토가 넓다.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내년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60억 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유럽 연결도로 프로젝트를 공개 입찰한다. 고속도로·철도·서부항만 건설도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간접 투자하는 형태다. 금속광물 분야도 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6위의 자원 보유국이다. 우라늄 1위, 은 2위, 구리 3위다. 미국은 이 분야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금속 제련 분야에 강한 한국은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 관광·정보기술(IT)·식가공·교통·환경·건설 등 6개 경제특구 개발도 있다. ”

-한국에 뭘 기대하나.
“내가 맡은 과제 중 하나가 30개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현대나 삼성 같은 기업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IT처럼 한국이 선도하는 분야에서 많은 기업이 참여했으면 한다. 특구의 지역적·지형적 조건도 한국 기업엔 유리하다.”

-중소기업은 별로라는 뜻 같다.
“무슨 말씀을…. 중소기업을 환영하며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지금 행정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카자흐스탄 기업 투자법은 외국인과 내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제 금융위기에 석유·원자재 가격 하락이 겹쳐 타격을 받은 카자흐스탄이 이런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있나.
“위기는 항상 있었다. 위기는 몇 년 주기로 발생한다. 이럴 때 투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경제위기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미 석유와 금 수출 대금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놨다. 석유 내셔널 펀드를 통해 100억 달러가 확충됐다. 8~10%의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은 마련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