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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기행] 양산 영축산 자장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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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나 도사들이 좋은 수행장소로 손꼽는 곳에는 큰 바위와 연관된 곳이 많습니다. 산의 정기가 바위를 타고 흐르기 때문이라는데 영축산 자장암도 큰 바위 위에 지은 훌륭한 기도처 입니다. 거북바위란 큰 암반 위에 지었는데 바위를 깨내지 않고 그대로 집을 지어 법당 바닥에 암반이 솟아 있습니다. 모든 자연을 살아 있는 존재로 보았던 선조 들의 지혜가 보입니다. 바위를 깨고 산을 헐고 산맥을 끊어가며 건축을 하는 현대인들이 본받을 점입니다.

자장암은 신라 선덕여왕 15년(서기 646년)에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중국에 유학 가기 전에 수행을 하던 기도처입니다. 통도사의 여러 법당을 펜화로 담기 위해 통도사 법사실에서 1년 반을 머물 때 귀한 손님이 오면 모시고 가던 통도사 산내 암자입니다. 특히 자장암의 다실인 취현루에서 내다보는 전경이 일품입니다.

해발 1059m에 달하는 영축산의 장대한 연봉이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막 날아오르려는 모양을 하고 있고, 낙락장송은 천년 고찰의 정취를 말해줍니다. 펜화기행 취재로 전국의 여러 절을 다녀보았지만 이만큼 기막힌 절경은 기억에 없습니다. 프랑스 르몽드지 사장이 자장암 다실에서 내다 본 절경에 넋을 잃고 시쳇말로 '뻑' 갔다는 스님의 자랑처럼 펜화가도 '뻑' 갔습니다.

법당 뒤에는 자장 스님이 손가락으로 암벽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하였다는 금와공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발간된 '조선불교통사'에도 기록이 있으니 오랫 동안 개구리들이 대를 이어 살아왔다는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금개구리를 보려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데 함께 온 일행 중에 금개구리가 안 보인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이 시커멓다면 안 보인다니 직접 찾아가 시험해 보십시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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