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아파트 개념 처음 도입, 한국 주거문화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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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동운(사진) 전 대한주택공사 총재가 12일 오후 8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79세. 고인은 한국에 ‘아파트’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현대식 주거문화의 기틀을 다졌다.

황해도 재령 출신인 고인은 육군사관학교 8기생으로, 6·25전쟁에서 공병부대를 지휘했다. 1961년 육사 동기생들과 함께 5·16에 참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에 일조했다. 그해 주택영단 이사장에 임명된 그는 62년 이를 대한주택공사로 전환해 초대 총재를 맡았다. 고인은 62년 한국 최초의 아파트 단지인 마포아파트를 완공, 한국 주거 문화를 침대 생활과 입식 생활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는 생전에 “53년 미국 공병학교 고등군사반에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잡지에서 아파트를 처음 보고 국토가 좁은 한국에 이를 도입할 꿈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63년 육군준장으로 예편한 고인은 민주공화당 초대 사무차장과 한국원양어업협회 회장, 서울신문 이사 등을 두루 지냈다. 68년 주택공사 4대 총재로 돌아와 한국 건축 역사에 기록되는 많은 아파트를 세웠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강아파트 건립 당시 모델하우스와 분양의 개념을 도입했다. 한강아파트의 개발에 성공한 뒤 고 정주영 현대 회장도 고인을 종종 찾아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도움말을 구하곤 했다. 고인은 생전 한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파트를 건설해서 한국인의 주거문화를 바꾼 일”이라며 “미약하지만 온 힘을 다해, 나라에 충성을 했다는 자부심 한 조각은 가슴에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70~73년 제5대 원호처장(현 국가보훈처장)을 맡았으며 그 뒤 고려조선 과 동원시스템, 세부유통 등 민간기업의 사장을 지냈다. 고인은 6·25에 참전한 뒤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남기숙 여사와 장세훈((주)세부유통 사장)·재훈(전무)·제희·지희 씨 등 2남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현충원이다. 02-2072-2091~2.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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