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어스, 테러에 악용 … 주요 시설 모자이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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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도 뭄바이 테러범들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 ‘구글어스(Google Earth)’의 사용을 막아 달라는 탄원서가 인도 법원에 제출됐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변호사인 아밋 카르카니스는 뭄바이 고등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구글어스의 고해상 위성지도 서비스가 테러 계획에 이용돼 테러범들을 도왔다”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인도 주요 시설 사진을 흐릿하게 처리하도록 구글에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바바원자력연구센터(BARC)처럼 매우 민감한 장소에 대한 구글어스의 사진 접근을 차단하거나 위성사진 악용을 막을 수 있는 통제 수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뭄바이 테러 현장에서 유일하게 검거된 아지말 아미르 카사브(21)와 2월 검거된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의 공작원 파힘 아마드 안사리는 경찰 조사에서 구글어스의 위성사진을 통해 뭄바이 시내의 주요 거리와 테러 목표물을 익혔다고 진술했다. 테러범이 타지호텔의 통제실이 있는 건물까지 이르는 최단거리를 택한 것도 구글어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이처럼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에 구글어스가 유용하게 쓰이면서 각국 정보기관은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자료의 접근을 몇 년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태국의 경우 공군기지가 구글어스에 노출되자 불만을 제기했다.

법원에 제출한 구글어스에 대한 탄원은 인도우주연구소(ISRO)가 ‘인도판 구글어스’인 ‘부반(Bhuvan)’을 만들겠다고 밝힌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제출됐다. 부반은 산스크리트어로 지구를 의미한다. ISRO는 자체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인도 위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ISRO의 위성사진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 구글어스의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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