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열풍 잡기 처방] 공동학군·특성화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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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앞으로 일선 고교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뭔가 달라져야 한다. 이르면 2006학년부터 '선 지원, 후 추첨'제도가 확대되면 천편일률적이던 평준화 지역 학교들은 남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학생을 끌어오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쟁원리를 일부 끌어들여 피폐해진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것이다. EBS 수능방송과 같은 단기적 해열제만으로는 사교육 열풍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게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처방이다.

◇학교 선택 어떻게 확대되나=평준화 체제는 거주지별로 학생을 학교에 강제 배급해주는 방식이다.

평준화 지역 내 선지원 확대란 거주지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를 현재보다 대폭 늘리거나 지원 가능한 학교들이 모여 있는 공동학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은 이미 공동학군(시청 주변 반경 4㎞ 이내 29개교)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다른 지역에 도입할 것을 검토 중이다. 광주도 공동학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정원 중 선지원 학생의 충원 비율도 늘어난다. 현재는 학교별 전체 정원의 40~60%를 거주지와 상관없이 선지원 학생으로 채웠으나 이를 60~8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부산.광주.충북이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 선지원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한 차례 지원해 탈락하면 강제 배정된다. 이를 바꿔 다단계(두세 차례)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교육 내용의 특성화도 추진된다.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평준화 고교가 특정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특성화 학교'로 전환해 학생들의 지원을 받게 하는 방안도 나왔다. 인문.사회.공학.자연과학.예체능 집중 이수과정을 설치한 학교에 원하는 학생들이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부작용은 없나=선지원 학생 비율을 높이거나 선지원 학교 수를 늘릴 경우 대도시에서는 학군별 학생 배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만일 K고가 선지원 확대 고교일 경우 그 학교 바로 옆에 거주하는 학생은 선지원에서 탈락하면 집에서 상당히 먼 학교로 배정될 수도 있다. 거주지별 배정과 희망에 따른 배정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엔 공동학군을 만들기 힘들다. 타지역 학생이 '강남 공동학군'에 몰릴 경우 정작 강남지역 학군에 사는 학생들은 외부로 밀려나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선=일본 도쿄도는 2003년부터 우리의 학군보다 적은 단위인 고교 학구마저 폐지했다. 그 대신 거주지와 상관없이 공통학력검사(일종의 도 학력고사)와 고교별 시험, 추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집 근처의 학교에 못 다니게 됐다는 원거리 배정에 대한 불만은 사라졌다.

게다가 이미 일본에선 2000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초.중학교에서도 학교 선택제를 도입하고 있다. 교장들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설명회를 여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심지어 학생을 빼앗기는 학교는 재정보조금도 줄고 결국은 문 닫을 수밖에 없는 게 미국 학교의 현실이다.

이에 비하면 교육인적자원부의 계획은 미국은커녕 일본 수준에 도달하기에도 한참 거리가 먼 내용인 셈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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