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좌에 충실한 비서실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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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요 수석비서관들이 바뀌었다.새 인물들이 특정계파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합리적이며 화합적인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향후의 역할을 기대한다.

우리와 같이 제왕(帝王)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중심제에서 권력의 중심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비서실은 그 역할과 권한이 항상 이상비대(異常肥大)했다.이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이 늘 지적되나 힘의 역학상 시정이 안된 것도 사

실이다.이번 노동법처리나 한보사태에 있어서도 청와대비서실이 관여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고 이번 개편이 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뤄진만큼 새 진용의 역할과 각오가 남달라야 할줄 안다.

특히 이번 청와대비서실팀은 대통령의 지난 4년간의 공과(功過)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역할이 주어졌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온데는 대통령의 통치스타일및 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 이

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우선 청와대의 독주(獨走)에 대한 지적이 많았던 점에 비추어 앞으로는 내각과 당에 더 큰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이에 따라 비서실의 역할도 당연히 변해야 할 것이다.이제 정책계획이나 집행은 내각이,정치문제는 여당이 주도토록

하고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역할에만 충실해야 할 것이다.그런 점에서 비서실과 내각.당과의 관계가 군림이나 지시가 아닌 화합과 협조로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의 귀와 눈이 항상 열려 있게 만드는 것도 비서실의 중요한 기능이다.대통령이 제대로 민심을 읽고 여론을 알고 있었다면 이번 일련의 사태는 미리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대통령의 비서진은 무슨 문제든 대통령에게 직언(直言)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이 민심에 정통하도록 청와대 문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청와대비서실이 남은 임기 1년을 어떻게 보좌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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