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版 광주항쟁 2.28사건 50주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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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만이 28일로'2.28사건'50주년을 맞았다.

지난 47년 장제스(蔣介石)휘하의 국민당군이 대만 양민들을 대량 학살함으로써 전개된 이 사건은 한국의'광주민주화운동'과 곧잘 비견된다.대만당국은 이전까지의 태도를 바꿔 이 사태에 대한 유족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28일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였다.대만정부는 우선 이 날을 특별 공휴일로 선포하고 부총통 롄잔(連戰)이 기념식에 참석,기념비 제막식을 주재했다.

또 대만 교육부는 이 사건의 내용을 내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게재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만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2.28사건'이 남긴 역사의 상흔(傷痕)은 아직 그대로다.장제스.장징궈(蔣經國)의 철권통치에서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2.28사건은 87년 이래 다시 조명받기 시작,사건 자체의 진상

규명과 해석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그러나 대만인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줄 모른다.

첫째,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사망자수만 해도 47년 사건발생 당시 6천3백명이란 정부발표가 92년의 재조사에선 1만8천~2만8천명으로 껑충 뛰는등 아직도 정확한 사망자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둘째,명예회복 문제다.2.28사건을 책임진 정부 관리들이 유가족의 가가호호를 방문해 사과해야 할 것인지,아니면 유가족들에게 명예회복 증서를 정식으로 발급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숨져간 당시 사망자들의 넋을 기려야 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셋째,28일 새겨질 비문과 관련한 유가족들의 불만이다.비문에는 3월8일 국민당군의 대만 상륙후 사망자들이 생겼다고 했으나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에 앞서 타살됐고 또 장제스의 사건 책임이 너무 완곡하게 표현돼 제대로 유가족들의 슬픔

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2.28 사건

지난 47년 장제스의 국민당군이 대만의 양민을 대량 살상한 것을

말한다.47년 2월28일 천이(陳儀)를 행정대표로 한 대만정부 단속반이

밀수담배를 팔던 노파를 승강이끝에 다치게했다.이에 시민들이 격분했고

정부는 총을 발포,시민 1명을 사망케했다.이후 수천명의 대만인들이 정부의 과격한 행동에 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 수만명의 대만인들이 학살되는 비극을 낳았다.

<사진설명>

당시 유가족들이 장례행렬을 꾸며 희생자 넋을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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