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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가 정성일씨 감독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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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 영화 평단의 간판 평론가인 정성일(49·사진)씨가 감독으로 데뷔했다. 정씨는 7일 오전 서울 신사동에서 자신의 첫 영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가제)’의 촬영을 시작했다. 한 남자와 네 여자의 슬픈 사랑 얘기로, 2년간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신하균· 문정희· 정유미· 김혜나 등 충무로 실력파 배우들과 ‘홍대 앞 요정’으로 불리는 인디 뮤지션 요조가 출연한다. 이날 촬영분은 신하균과 김혜나가 함께 대화하며 걸어오는 3분 30초짜리 롱테이크 씬이었다.

1980년대 해외문화원 1세대, 영화광 1세대로 꼽히는 정씨는 영화잡지 ‘키노’ 편집장,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아카데미및 영상원 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 국제영화제 ‘시네마디지털 서울’의 공동 집행위원장이다. 문학적이고 지적인 그의 글은 90년대 불모의 영화평론을 개척했고, 예술영화 열풍을 이끌었다.

박찬욱 감독이 무명 시절 평론가로 활동한 바 있으나, 정씨처럼 평단의 거물에서 감독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계에서는 정씨의 도전을, 유명 평론가에서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로 변신한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에 비견하고 있다. 정씨는 그간 여러 글을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최후의 방법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지원작이기도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내년 2월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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