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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상계 야간직업학교 홍일점 졸업생 윤명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중병을 앓는 남편 뒷바라지와 팔순이 넘은 홀시아버지 봉양을 위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용접불꽃과 매일같이 씨름하는 중년의 주부 윤명숙(尹明淑.47.서울노원구상계7동 주공아파트)씨.

尹씨는 오는 25일 전문기능인을 양성하는 서울시 상계직업전문학교 야간과정 특수용접과의 홍일점으로 졸업장을 받고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섭씨 6천도가 넘는 고열의 아크불꽃이 일렁이는 용접기를 쥐고 철재를 자르거나 붙이는 모습이 여느 공사장 기술자처럼 익숙하지만 작업용 헬멧을 벗자 귀밑머리가 하얀 정많은 이웃집 아줌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거운 용접기 전깃줄에 어깨가 눌려 힘이 부치지만 뭔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이겨내고 있습니다.”

尹씨가 남자가 하기에도 벅찬 용접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된 것은 95년초 남편(48)이 악성 임파종암으로 쓰러져 2년째 투병생활을 하면서부터.남편 병간호를 위해 수년간 해오던 분식점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매달 1백여만원씩 불어나

는 방사선 치료비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뭔가 할 일을 찾게 된 것이다.더구나 시아버지(83)봉양과 중고생 두딸의 뒷바라지를 책임져야 했다.

“나에게 찾아온 고난과 불행에 지지 않으려면 기술과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尹씨의 설명이다.

고된 용접일을 배운다는 말을 주변에 하지 않았지만 병상에 누운 남편은 尹씨의 손바닥에 늘어가는 굳은 살과 팔목에서 하루도 떨어지지 않는 파스를 매만지며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기용접 2급 필기시험에 합격한 尹씨는 졸업이후 오는 3월중순 실기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딴뒤 취업을 계획하고 있다.

尹씨는“젊은층은 3D직종의 일이라 꺼릴지라도 주름이 잔뜩 진 어려운 집안 살림을 살리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감을 맡아 혼을 다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홍준 기자>

<사진설명>

용접교육중인 윤명숙씨가 작업도중 잠시 일손을 멈추고 작업용 헬멧을 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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