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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차붐 축구 … 버려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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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빅 버드)에서 벌어진 2008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FC 서울을 2-1로 누르고 1승1무(1차전 1-1)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수원은 우승상금 3억원을 받았다. 2004년 이후 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차 감독은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열성적인 팬과 좋은 선수들이 있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시즌 많은 공부를 했다. 고정관념을 깼고, 선수를 보는 안목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수원의 우승에는 차 감독이 말한 두 가지 요소가 숨어 있었다.

◆뜨거운 수원 팬 응원, 힘을 불어넣다=킥오프 직전 빅 버드에서 K-리그 사상 최대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수원 서포터스 ‘그랑 블루’를 포함해 3만여 명의 홈 관중이 펼친 응원전이었다. 수원 서포터스 석에서 수원을 상징하는 수십 개의 파란색 펼침막이 내려왔고, 그 가운데 차 감독이 우승컵을 든 그림이 그려진 대형 통천이 펼쳐졌다. 눈발이 흩날리는 차가운 날씨에 빅 버드를 가득 메운 수원 관중도 파란색 카드와 우승을 상징하는 별을 흔들며 함께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업고 초반부터 수원 선수들이 힘을 냈다. 전반 11분 선제골이 터졌다. 수원의 프리킥이 서울 수비벽을 맞고 왼쪽으로 흘렀다. 이 볼을 낚아챈 에두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린 강슛이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다.

◆선수들이 뽑은 주장 송종국, 결승골 넣다=전반 25분 서울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정조국이 가벼운 속임 동작으로 이운재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골문 왼쪽으로 차 넣었다. 전반 36분, 이번에는 수원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주장 송종국이 나섰다. 페널티킥은 서울 골키퍼 김호준이 막아냈지만 튀어나온 볼을 송종국이 재차 슛, 골문을 열었다. 결승골이었다.

송종국은 이번 시즌 선수들이 투표로 뽑은 주장이었다. 선수들에게 주장을 선택하도록 한 것은 차 감독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는 “능력이 안 되는 선수를 계속 데리고 갈 수는 없다”며 ‘엘리트주의’를 고집해 왔다. 선수들의 마음을 읽기보다는 자신이 앞장서 끌고 가는 스타일이었다. 그 결과가 3년 연속 챔피언 등극 실패였다. 차 감독은 고집을 버리고 선수들과 소통했다. 시즌 중 부상 선수가 속출했지만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워크는 더 단단해졌다.

◆아시아 챔피언을 향해, 다시 출발하다=후반 33분 서울 이청용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다. 이운재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들어갈 듯하던 볼은 이운재의 다리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아웃됐다. 서울의 파상공세가 이어졌지만 수원에는 ‘통곡의 벽’ 마토가 있었다. 서울의 어떤 패스도, 드리블도 마토를 뚫지 못했다. 눈발이 짙어질 즈음 주심이 길게 종료 휘슬을 불었다. 차 감독은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며 새로운 목표를 선언했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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