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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10%, 남산 터널 1% 통행량 줄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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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20면

서울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김홍기(44)씨는 금요일에 여의도 저녁 약속에 늦어 택시를 탔다. 불경기라니 길이 잘 뚫릴 것이라던 예상은 시청과 마포를 지나면서 여지없이 빗나갔다. 마음이 급해진 그는 불만스러운 듯 내뱉었다. “불황 맞아?” 김씨처럼 도로가 막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승용차 운행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것일까.

승용차도 덜 탄다

각종 통계를 들여다보면 교통량이 그대로라고 보기 힘들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 도심 통행량(양방향)이 10월 3576만 대에서 11월 3206만 대로 10.3% 감소했다. 도심 이외 지역의 통행량 감소율은 교량 2.6%, 간선도로 5.1%, 시계(市界)도로 5.4%에 불과했다. 통행량은 특정 지점에 설치된 기계로 자동 측정된다.
남산 1·3호 터널을 이용하는 차량은 1% 안팎 감소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설공단 김금동 과장은 “두 터널의 통행량은 하루 9만 대 정도로 지난해와 비교해 10월은 1% 줄고, 11월은 변동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고속도로 통행량은 다소 줄었다.

서울을 드나드는 차량의 요금을 받는 서울·동서울·서서울·군자 등 4대 관문영업소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10월 63만5000대에서 11월 63만2000대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11월과 비교해도 각각 2.0%, 2.3% 줄었다. 교통연구원 성낙문 실장은 “고속도로 통행량이 조금밖에 줄지 않은 것은 원거리를 이동할 대체 교통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휘발유 판매도 줄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시 휘발유 판매량(정유사 공급 기준)은 10월 83만2000배럴로 전년 동기(92만1000배럴)에 비해 9.65% 감소했다. 9월(89만2000배럴)과 비교해도 확연히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휘발유 판매량이 줄어든 달에 한 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그만큼 차량 운행이 감소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통계는 운행 차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출퇴근 교통 체증이 풀릴 정도로 크게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기름값이 떨어지자 몰지 않던 승용차를 다시 끌고 나온 사람이 늘었을 수 있다.

무연 보통 휘발유 기준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7월 L당 1922원에서 10월 1687원, 11월 말 1431원으로 계속 떨어졌다. 성 실장은 “교통량과 경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기름값이 꺾이지 않고 고공 행진을 지속했다면 도심 통행량은 더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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