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양심적 병역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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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삼대(三代)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정약용의 시(詩),
애절양(哀絶陽)의 한 구절

조선시대, 생업 때문에
군(軍)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군역 대신 내던 군포(軍布)

나라에서 제도화 시켜놓자
죽은 이도 군포 내라,
갓난애도 군대 가라.

"남자가 죄더냐"
스스로 생식기를 잘라
군역을 빼달라고
울부짖었던 사내.

200년 뒤 군역(軍役)은
우리에게 달리 묻는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무죄 판결이 나자
"군에 간 이들은
양심도 청춘도 버린 놈이냐"
청년들이 아우성이다

한때는
'양심적' 병역 거부 아닌
'외과적' 병역 거부도 있었다

멀쩡한 무릎 연골을 잘라내고
군 면제 판정을 받던 이들.

양심 없는 자는
군 대신 감옥으로 보내자.

그렇다고 '양심'내세우며
"병과(兵科) 아닌
전과(前科)를 달라"
그렇게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개인의 양심뿐 아니라
사회의 양식 안에서
이야기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서울남부지법의 무죄 판결이 논란을 빚고 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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