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 대통령 쾰러…IMF총재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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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스트 쾰러(61)가 23일 베를린의 제국의회 건물에서 독일의 제9대 대통령으로 뽑혔다. 임기 5년인 독일 대통령은 연방하원과 16개의 연방 각주 대표가 참여해 구성되는 연방회의에서 선출된다. 쾰러는 1차 투표에서 재적대의원 1204명 중 604명의 찬성으로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 후임으로 당선됐다.

외국에서 태어난 독일계 이민 출신으론 처음으로 국가의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쾰러는 인구 1200여명의 폴란드 동부 작은 마을 스키에르비에쇼브에서 농군의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년시절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를 거쳐 남부도시 루드비히스부르크에 정착했으며 형제들 중 유일하게 대학 공부를 마쳤다. 어머니가 플라스틱 공장에 다녔고 집안형편은 어려웠다. 쾰러는 1994년 80세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집에서 매일 저녁 이부자리를 살폈다.

동창들은 그를 승부욕이 강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그는 밤새 포커를 즐겼다. 튀빙겐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연구조교를 거쳐 정부에 몸담았으며 관운이 무척 좋았다. 헬무트 콜 총리 밑에서 재무차관을 역임했고 연방 저축조합장,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가 됐다. 2000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뽑힌 것도 운이 많이 작용했다. 카이오 코흐 베저 재무차관이 미셸 캉드쉬의 후임으로 추천됐으나 미국의 거부로 어부지리를 얻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력한 야당 후보로 거론됐던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련 원내부총무가 막판에 배제되면서 뜻밖에 후보자리를 거머쥐었다.

매사에 진지하고 추진력이 있지만 성격이 무척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프랑스어.영어.라틴어 등 5개 국어에 능숙하며 여가시간에 TV에서 축구경기와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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