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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 구시대 유물전락-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募兵制 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798년 나폴레옹이 처음 도입한 이후 서유럽 각국에 뿌리내렸던'징병제'가 흔들리고 있다.

2년전부터 벨기에를 필두로 네덜란드.프랑스등 유럽 각국이 징병제를 폐지하는 대신 모병제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동서냉전의 각축장이던 유럽 대륙은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영국.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곤 예외없이 국민개병제 원칙을 고수해왔다.총 8백명의 병력으로 이름뿐인 군대의 룩셈부르크를 빼면 62년 징병제를 폐지했던 영국이 유일했던 셈이다.2차대

전 이후에도 유럽 각국이 징집제를 고수했던 이유는 우선 동서 양진영간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대비 때문이었다.

핵무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유럽 본토에서의 재래전 발발 가능성이 계속 대두돼왔던 터라 징집제를 통한 충분한 병력확보가 국가안보의 기본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여기에 유럽 각국은 국민개병제가 국가적 일체감및 애국심 고취등에 크게 기여한다고 믿어왔다.

예컨대 4개 언어권으로 이뤄진 스위스의 경우 50세까지의 남자를 대상으로 매년 수주일씩 군사교육을 시킴으로써 단일국가 의식을 심어왔다.

전통적으로 군(軍)을 중시해온 프랑스에서는 군대생활이 기본적인 시민정신을 심어주는 학습장이라고 여겨져왔다.여기에 군대가 호전적인 직업군인에 의해 장악될 경우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시각도 징집제가 계

속 지탱되는데 한몫 했다.즉 군대가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일반인들에 의해 충원돼야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영국.룩셈부르크를 제외한 유럽 각국은 짧게는 4개월(덴마크.포르투갈)에서 길게는 23개월(그리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청년들을 복무토록 해왔다.

전체 군인중 징집에 의해 충원된 인원은 국별로 25%(덴마크)에서 80%(터키)까지 다르나 평균 50%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징병제 옹호론은 80년대말 동구 공산진영의 몰락과 군사전략의 변천으로 인해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무엇보다 동서분쟁의 해소로 유럽내에서의 전쟁위험이 희박해진 상황에서는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첨단무기의 개발로 단기간의 훈련만을 거친 많은 일반병사보다 소수의 전문 직업군인 확보가 전력상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또한 전략적 주안점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옮겨가 기동력 높은 소규모 정예부대 확보가 보다 바람직한 군대형태로 인식되고 있다.이같은 배경으로 벨기에는 95년,네덜란드는 올해부터 징병제를 폐지했다.

유럽내에서 40만이라는 최대 규모의 군대를 보유한 프랑스는 지난해 많은 논란끝에 올해부터 징병제를 단계적으로 폐지,2002년까지 병력수를 35% 감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징병제 폐지로 빚어지는 병력 감소분은 모두 모병제를 통한 직업군인으로 채운다는게 프랑스 정부의 안이다.어쨌든 동구 몰락으로 형성된 유럽내 새로운 안보 환경아래에서는 프로페셔널한 소규모 군대가 이상적이어서 징병제 폐지의 물결은 거스

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질게 틀림없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사진설명>

상륙훈련을 받고 있는 프랑스 외인부대들.이들은 석궁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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