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테러 사용 권총 브라우닝 아닐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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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한영(李韓永)씨 피격사건에 사용된 권총이 탄피 감정결과 벨기에제 브라우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7일 경기 분당경찰서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해 분석을 의뢰한 탄피 감정결과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셀리어 앤드 벨로트 플랜트'(Sellier & Bellot Plant)에서 제작한 25구경 권총 실탄 탄피로 판명

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 탄피가 95년10월 충남 부여에 침투한 간첩 박광남이 휴대했던 실탄 탄피와 동일한 회사제품이라고 덧붙였다.경찰은 사건 직후 범행에 쓰인 총기가 간첩들이 즐겨 사용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탄피만 갖고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종류를 추정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게 총기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총구 지름이 0.25인치인 25구경 권총은 이탈리아의 리가미(Rigarmi).브레베토(Brevetto),독일의 모제르(Mauser),체코의 AUT등 세계적으로 수십종에 이른다.

특히 권총제조 회사는 일반적으로 실탄을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실탄 규격만 맞으면 권총은 종류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호환이 가능하다.

보통 M16같은 소총의 실탄에는 제조번호가 있어 제조회사와 제조일자까지 알 수 있으며 이를 역추적하면 구입한 국가나 단체까지 알 수 있지만 권총 실탄은 제조회사만 표시돼 있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발견된 권총 탄피에'SBP'등 문자가 음각된 점으로 보아 탄피 두개 모두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제조된 권총 실탄의 탄피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그러나“범인들이 벨기에제 브라우닝이 아닌 25구경의 다른 권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범행에 사용된 총기의 종류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정밀한 분석결과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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