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상황 악화되면 워룸 체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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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원(사진)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상황이 악화하면 (정부의 거시경제협의회를) ‘워룸(War Room: 전시작전실)’ 체제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관훈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시에 준하는 빠른 결정을 위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는 시스템을 준비해 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부총리 없이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며 “정책 조정이 잘 되느냐와 부총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해 “요즘 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대규모 개입을 통해 환율을 떨어뜨릴 상황은 아니고, 그런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한 것을 보니 그동안 실탄이라도 아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면 어차피 정부가 외환보유액으로 막아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자가 늘더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박 수석은 “다행히 재정에 여력이 있다”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재정지출을 더 확대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는 서로 대립적인 게 아니라 보완 관계에 있다”며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한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박 수석은 “먼저 은행이 자구 노력을 하고, 그것을 본 뒤 도와줄 것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흑자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도산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뒤집어 보면 기업을 다 살리라는 게 아니라 가망 없는 기업은 포기하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4대 강 치수사업은 지방 건설업계에 뉴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나름대로 충분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운하 사업은 전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치수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국민이 연결하기를 원한다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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