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융합시대, 신문·방송 칸막이 무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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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미디어 입법안이 3일 최종 모습을 드러냈다. 9월 말 출범한 당내 미디어특위에서 두 달 넘게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물이다.

그간의 미디어 정책은 정치적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늘 언론장악-언론개혁의 이분법만 존재했다. 한 예로 신문 개혁을 내세운 노무현 정부의 신문법은 일부 신문을 겨냥했다는 ‘표적 입법’ 논란에 줄곧 휩싸였다.

신문·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률 개정안 제출을 앞두고 미디어산업특위 의원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주광덕·안형환·나경원·구상찬·구본철 의원. [김상선 기자]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날 내놓은 미디어 입법안은 미래 미디어 산업 육성이란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산업 경쟁력 강화’가 새 논리의 축을 이루는 가운데 미디어 정책에서 소외돼 온 ‘수용자 이익’이란 가치가 전면에 부상했다. 한나라당이 배포한 자료의 부제도 ‘미디어 산업, 융합과 개방에 맞는 새 옷을 입자’ 였다.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미디어 분야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고 복잡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 불균형적 규제, 위헌적인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시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제한을 가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정책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때문에 이날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입법안은 단순히 한두 조항을 고치는 차원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패러다임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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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특위의 최종안(표 참조)이 결정되기까지 내부적으론 여러 차례 내용이 수정됐다. 논쟁이 뜨거웠던 만큼 진통도 컸다. 타협이 어려울 때마다 ▶언론 자유 신장(규제 최소화) ▶미디어 산업 활성화 ▶대국민 서비스 활성화란 3대 기조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쪽을 선택했다는 게 특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논란이 됐던 신문·방송 겸영과 관련, 정병국 위원장은 “IPTV 등이 주 매체가 되면 채널 수는 무궁무진해지고 그런 상황에서 칸막이는 의미가 없다”면서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대기업이나 메이저 신문사 몇 개가 방송까지 장악하고 여론을 독점한다는 발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특위는 가장 민감한 부분인 공영방송 구조개편 등의 과제는 뒤로 돌렸다. 좀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칫 시간에 쫓겨 성급히 논의할 경우 ‘방송의 공영성’이란 가치가 훼손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중하게 논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공은 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막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상복·선승혜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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