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후임 총재에 또‘낙하산’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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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야구 사장단 “야구에 애정 있는 사람을”프로야구 사장단이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다.

8개 구단 중 6개 구단 사장들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사장단은 조만간 물러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 후임에 대해 논의했다. 신 총재는 오는 11일 골든 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런 사람이 KBO 총재가 돼야=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후임 총재의 요건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우선 야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고 KBO 총재직을 명예직으로 생각할 것, 그리고 야구계 신망을 얻는 인사여야 한다는 데 참석자 모두 의견이 같았다고 한다. 정치권 인사가 후임 총재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사장단이 ‘낙하산 총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 자리에 나왔던 한 사장은 “외부 인사보다는 가능하면 구단주 중 한 분이 맡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게 누구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특정 구단의 구단주가 총재로 올 경우 프로야구 회원사 간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인지 흔쾌히 희망하는 구단도 아직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 2006년 박용오 총재 사퇴 후 LG 구본무 구단주를 총재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본인이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이날 또 다른 사장은 “신 총재가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자연스레 후임 총재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지나가는 말로 몇몇 인사의 이름이 거론됐으나 누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야구계를 책임질 수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원칙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선 후임 총재가 재정난에 빠진 히어로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누가 거론되나=현재 야구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여름 베이징 올림픽 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명지학원의 유영구 이사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편 KBO 총재는 8개 구단 사장들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재적 인원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추천하며, 구단주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그 뒤 감독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 신 총재는 2006년 1월 전임 박용오 총재 후임으로 취임했으며 내년 3월 말이 임기 만료일이다. 차기 총재는 신 총재 사퇴 직후인 12월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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