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패트롤>악기 잡으면 여대생된 기분-분당 주부 오케스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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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음만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못지 않답니다.” 15일 오후2시 분당신도시초림동 블루힐백화점 문화센터내 연습실. 오랜만에 악보판 앞에 앉은것이 낮선듯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바이올린 연습에 열중인 주부 오영희(吳英姬.38.분당구구미동)씨. 학창시절 연주모습을 떠올리듯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선율에 따라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연주하는 정은경(鄭恩景.33.분당구초림동)씨. 저마다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은 분당신도시 주부들이 모여 만든 '분당블루힐 오케스트라'단원이다.

대학시절 음악을 전공하고 결혼전까지 각종 교향악단에서 활약했지만 결혼과 함께 자신이 한때 연주자였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던 30,40대 주부 30명으로 구성된'주부오케스트라'는 16일 오후1시30분과 4시30분 두차례 첫 창단 연주회를 갖는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두 아이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음악을 전공하던 어여쁜 여대생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절로 신이 납니다.” 대학시절 성악을 전공하고 5년간 음악교사 생활까지 한 鄭씨는 “21개월밖에 안된 아들이 좀 더 크면 시작할까 고민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음악과 담을 쌓게 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부오케스트라가 창단된 것은 지난해 9월. 단장 이건수(李建洙.40.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씨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클래식음악 감상법을 강의하던 중 집안일로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는 주부들을 설득,하나 둘씩 모이면서 비롯됐다.

30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의 악기는 오보에.플루트.클라리넷.바이올린.비올라.첼로등 구색을 갖추고 있으나 타악기가 없는 것이 옥에 티다.

단장 李씨는“아마추어라는 점을 감안해 쉬운 곡을 연주하자고 해도 오히려 단원들이 수준높은 곡을 가져와 연습하는등 열의가 높아 지휘를 하면서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들은 분기별로 불우청소년과 혼자 사는 노인등을 찾아다니며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우정 기자〉

<사진설명>

분당 블루힐 주부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6일 있을 첫 연주회를 앞두고

블루힐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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