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잔치로 들뜨는 프로야구 전지훈련 선수들 공약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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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프로야구의 전지훈련기간은 선거철과도 같다.
공약이 넘치기 때문이다.타자라면 누구나 3할에 두자리수 홈런이고,투수라면 누구나 선발에 두자리 승수가 기본 목표다.
때로는 이같은 목표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희망사항에 그치기 일쑤다.
전지훈련기간중 각팀 투수들이 밝힌 목표승수를 합치면 1년 1백26경기중 1백26승을 넘는 일이 허다하다.
쌍방울 최태원은 93년 입단하자마자 자신의 목표를 20-20클럽 가입이라고 당당히 밝혔다.호타준족의 대명사인 한시즌 20개 홈런과 20개 도루를 돌파하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그해 최태원은 단 1개의 홈런을 때렸을 뿐이다.이후 최는 홈런 20개를 은퇴할 때까지의 목표로 수정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OB 김인식감독은 선수들의 장담이 못마땅했던지“자신이 승리투수가 될 날을 알려주면 그날 등판시켜주겠다”며 투수들의 섣부른허풍을 막기도 했다.반면 떠버리 기질이라고는 전혀없는 장종훈(한화)은 2년연속 자신의 장담을 실현했다.
91년 전지훈련기간중 장은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35개의 홈런을 치겠다고 공언한뒤 딱 3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뒤이어 92년엔 40홈런을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아무리 장종훈이라지만 40홈런은 힘들다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인 예상이었 지만 그는 4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올해도 전지훈련장에선 수없이 많는 공약이 나오고 있*다.특히 신인들은 아직 프로의 매운맛을 모른채 의욕만 앞서다보니 더욱 그렇다.
〈김홍식 기자〉<사진설명> 프로야구 8개 구단이 미국.호주.일본등에 스프링캠프를 차려놓고 훈련에 한창이다.사진은 플로리다 베로비치의다저스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는 삼성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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