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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황장엽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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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은 주체의 나라다.북한에서 주체사상은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군사 등 모든 분야를 규정.지배하는 통치이념이다.주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5년 12월28일 김일성(金日成)이 행한.사상사업에서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퇴치하고 주체를 확립할 데 대하여'란 연설에서다.
50년대 중반 김일성은 대외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내부적으로 반대파를 숙청,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명분으로 주체사상을 제시했다.대외환경변화란 스탈린 격하운동과 평화공존노선을 의미하며,내부적 반대파란 김일성 권력에 도전 한 국내파.
연안파.소련파를 말한다.주체사상은 72년 .사회주의헌법'에서 북한의 공식 통치이념으로 규정됐다.
주체사상을 실질적으로 체계화한 주역은 양형섭(楊亨燮)과 황장엽(黃長燁)이다.두 사람은 북한에서 주체사상의 최고 권위로 평가받는다.양형섭은 50년 소련에 유학했으며 마르크스-레닌주의 연구소장과 사회과학원장을 역임했다.사회과학원장으로 있던 72년사회과학자대회에서 주체사상을 사회과학 모든 분야에서 지도사상으로 채택할 것을 선언했다.현재 최고인민회의 의장에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권력의 핵심이다.
황장엽은 소련 유학을 마친 54년 김일성대학 철학강좌장을 맡아 사상.이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65년 40세 나이로 김일성대학총장이 됐으며,72년 최고인민회의 의장에 올라11년동안 재임했다.특히 73년 9월 김정일(金 正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 지목되자 김정일 이미지 관리작업을 맡았다.
.당중앙'.친애하는 지도자동지'.영명한 지도자'등 김정일 호칭을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그다.황장엽은 노동당중앙위 국제담당비서로 주체사상전파를 위해 30여개국에 주체사상연구소를 운영하는등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으며,특히 대일(對日)교섭의 막후 실력자다. 황장엽이 12일 베이징(北京)에서 갑자기 한국대사관에망명을 신청한 뉴스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구체적 망명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한가지 확실한 것은 극도의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체제가 사상적으로도 붕괴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그가썼다는 편지의“인민이 굶어죽는데 무슨 사회주의인가”라는 개탄은주체사상의 파탄을 선언적(宣言的)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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