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트레인스포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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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마약중독 젊은이들의 파괴적인 삶을 대담하게 그린 영화.트레인스포팅'(원제 Trainspotting)이 22일 국내개봉된다. 영국의 신예감독 대니 보일의 두번째 작품인.트레인스포팅'은지난해 칸영화제에 초청상영된 이래평단에서 96년 최고영화의 하나로 꼽혔던 화제작.마약복용.주사장면이 여러차례 상세하게 묘사돼 국내개봉을 두고 논란을 빚다 문제장면들을 3분 정도 삭제하고 상영하게 됐다..트레인스포팅'은 엄밀히 말해 주제나 주장이없는 색다른 형식의 영화다.그냥 삶의 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뿐이다.그래서 마약영화지만 도덕적인 설교를 하지 않고,블랙 유머와 초현실적 화면을 통해 미래가 없는 마약중독 젊은이들의 궁색하고 삭막한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다.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지는풍경은 80년대 영국,그중에서도 변방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사는 룸펜 청년들의.에라 모르겠다'식의 삶이다.장래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갇혀있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마약이 가져다주는.섹스보다 황홀한'쾌락이다.
주인공 마크 렌튼(이완 맥그리거)은 직업.가족.세탁기.자동차.교회.의료보험등 미래를 보장하는 삶 대신 유일하게 진실하다고생각하는 마약취미와 제멋대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선택한 젊은이다.마약중독은 아니지만 알콜중독에 아무데서나 폭력 을 휘두르는 벡비,숀 코너리에 관한한 박사임을 자처하는 식보이(아픈 녀석이란 뜻),현실을 마주하기 싫어 마약을 복용하는 스퍼드,실연당하자 뒤늦게 마약으로 시름을 잊으려한 토미,그리고 14세에 렌튼의 애인이 된 다이앤등 5명이 렌튼의 친구들이다.이들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걷잡을 수없이 범죄를 저지르며 기성의 윤리와 가치를 차버린다.상스러운 욕,절도와 폭력,마약거래,배신의 이야기가 이기 팝.뉴오더.프라이멀 스크림등 영국 팝아티스트들의 신나는 음악 속에 거침없이 펼쳐진다.
.트레인스포팅'이 스코틀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것도의미있는 사실.잉글랜드로부터 독립을 바라는 스코틀랜드인들은 지독한 사투리와 변변치 못한 삶으로 무시당하는 편이고,그만큼 젊은이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제목.트레인스포팅'은 기차역에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알아맞히는 영국인들의 게임으로 실제 마약중독자들이 많이 한다.
〈이남 기자〉 마약에 찌든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세계를 그린영화.트레인스포팅'.이완 맥그리거(왼쪽에서 두번째)를 국제적인스타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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