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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명품 수요는 불경기가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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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뉴욕=강승민 기자

수퍼 리치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롤스로이스 팬텀. 플라자 호텔의 공식 의전 차량이기도 하다.


#개방적 분위기 더 좋아해

니콜라(사진) 부사장은 30년 가까이 뉴욕 명품 업계에서 일했다. 플라자 호텔로 옮기기 직전엔 뉴욕 최고급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먼’의 부사장을 지냈다. 버그도프 굿먼은 뉴욕의 최상류층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백화점으로 널리 알려졌다.

새로 시작한 브랜드는 이 백화점에 입성했다는 것 자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정도로 권위가 대단하다.

뿐만 아니다. 백화점 1층의 쇼윈도 디스플레이는 해당 시즌의 유행 경향을 창조적으로 풀어내 표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니콜라 부사장은 플라자 호텔 앞이 “럭셔리의 교차로(crossroads of luxury)”라고 표현했다. 호텔 북쪽은 맨해튼 센트럴 파크와 이웃한다. 동편은 5번가로 이어진다. 5번가를 사이에 두고 버그도프 굿먼이 마주선 걸 두고 하는 말이다.

니콜라 부사장은 “길 하나만 건너면 온갖 명품들이 즐비한 곳”이라며 “그래서 ‘플라자 리테일 컬렉션’에는 여느 명품과 사뭇 다르면서도 우리 호텔을 찾는 최상류층의 기호에 맞는 것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리테일 컬렉션에는 맨해튼의 다른 명품 거리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브랜드가 많다.

“뉴욕이 세계 경제의 위기가 시작된 곳이어서 우리도 물론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플라자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뉴욕의 부호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수퍼리치가 고루 찾고 있어 불경기에 큰 영향은 받지 않고 있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니콜라 부사장은 “인도나 러시아, 중동과 중국의 신흥 부호가 최근 최고급 명품 소비를 이끌고 있다”며 “2년여간 시장 조사를 했는데 이들 ‘신 수퍼 리치’는 기존의 상류층보다 훨씬 젊은 30~40대가 주류”라고 했다. “그래서 리테일 컬렉션은 기존 VIP쇼핑 컨셉트를 버렸다. 은밀한 곳에 숨어서 조용한 쇼핑을 즐기는 부자들이 아니라 여기저기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명품을 개방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이 이용하는 ‘워런 트리코미’ 헤어살롱이 뉴욕에 첫 지점을 냈다. 플라자 호텔 ‘리테일 컬렉션’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그의 설명처럼 리테일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조명이 매우 밝고 공간도 탁 트여 있다. 언뜻 보면 대중적인 쇼핑몰과 다를 바가 없다. 훤하게 트인 공간이지만 플라자 호텔이라는 상징성과 아르데코 양식의 기존 건물 인테리어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최고급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다르다.

#장소에 어울리는 독특한 명품으로 승부

물론 이곳의 상품 구성도 남다르다. 니콜라 부사장은 헤어살롱인 ‘워런 트리코미’를 먼저 언급했다. 스타 컬러리스트(염색과 블리칭 담당 디자이너)인 조엘 워렌과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드워드 트리코미가 운영하는 곳이다. 할리우드 스타에게 각광받는 두 사람은 LA 웨스트 할리우드와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이어 뉴욕에선 처음 가게를 열었다. 서비스 가격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곳에선 어떤 서비스든 가격은 ‘상담 뒤 결정’이 원칙이다. 그만큼 실력을 자부한다는 얘기다. “실력은 명불허전이다. 여기에 블랙과 크림색으로 우아하게 꾸민 실내와 100년 된 이 건물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자랑거리”라는 게 니콜라 부사장의 설명이다. 80여 명의 스태프가 서비스를 맡고 있다.

출판사 ‘애설린’의 플라자 호텔 매장 전경. 샤넬·디올 같은 명품을 담은 사진 작품집으로 유명한 출판사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2만 달러(약 3000만원)짜리 프랑스 브랜드 고야드의 케이스에 담긴 사진집 세트다.


서점 ‘애설린(Assouline)’도 리테일 컬렉션에서 손꼽는 분야다. 애설린은 최고급 명품과 합작한 사진 작품집으로 유명한 출판사다. 이곳 책방에서는 고야드나 샤넬·디올 등의 화려한 의상과 보석 사진으로 채워진 작품집을 만날 수 있다. 선물용에 적합하게 디자인한 고급 가죽 양장본까지 판다.

니콜라는 “예술적 취향과 부자들의 고급스러운 수집 취미까지 만족시켜 주려는 럭셔리 책 판매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니콜라 부사장의 설명처럼 이곳이 단순히 비싼 상품을 파는 고급 호텔 아케이드가 아니라는 점은 갤러리 ‘피터 릭’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연 풍광을 담은 스케일 큰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 피터 릭의 갤러리도 리테일 컬렉션에 들어섰다. 30년 이상 구두 수선을 해 온 카를로스와 데이비드 메스키타가 문을 연 ‘레더 스파’도 독특하다. 샤넬·구찌·펜디 같은 유명 브랜드가 지정 수리처로 사용할 만큼 이들은 가죽 수선 분야에서 장인 대접을 받고 있다.

리테일 컬렉션에 들어서면 개방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입구에 MCM 매장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개장 축하 파티에 들른 뉴욕 패션계 인사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MCM 제공]


요즘 고급 호텔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이커리 분야도 빠질 수 없다. 오스트리아에서 오랜 세월 명성을 쌓았던 ‘데멜 베이커리’다. 178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문을 연 이 가게는 데멜 형제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실에 빵과 케이크, 과자를 공급하면서 유명해졌다. 1888년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명에 따라 수도 빈의 왕실 거주지인 호프부르크 바로 앞으로 제과점을 이전했을 정도다.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금으로 장식한 ‘베르투’의 휴대전화. 800만원에서 수천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한국기업 성주그룹이 소유한 독일 명품 MCM도 리테일 컬렉션 입구에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 니콜라 부사장은 “4개월이 넘는 프리젠테이션 결과, 우리가 주 타깃으로 삼는 젊은 수퍼 리치에게 가장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판단해 입주를 결정했다”며 “이미 자리를 굳건하게 잡은 여느 명품과 분명히 다른 정체성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MCM의 젊은 감각, 새로운 색감과 디자인이 리테일 컬렉션의 신흥 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급 수제 안경을 파는 ‘프레데릭 모겐털’, 노키아의 최고급 휴대전화인 ‘베르투’의 뉴욕 내 첫 부티크 매장, 네덜란드의 유명 속옷 디자이너 브랜드인 ‘말리스 데커스’,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은 고급 의류인 ‘만리코 캐시미어’를 비롯해 좀처럼 보기 드문 최고급 브랜드가 줄지어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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