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3형제 데뷔 20년 기념 14년만에 新曲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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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돌아온 산울림.머리가 약간 벗어지고 배가 나온 모습이지만 음악적 감각만큼은 20년전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때로는 단순한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성장(盛裝)한 귀부인보다 꾸미지 않은 시골 처녀의 소박함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는것이다.형제그룹 산울림의 음악이 20년 세월이 지난 오늘날 새롭게 재평가되는 것도 그런 이치가 아닐까. 아마추어 수준을 크게 못 벗어나 약간은 어설픈듯한 노래와 연주.하지만 산울림의 음악에는 그런 약점을 뛰어넘고도 남는 감수성이 있었고,그 감수성은 록.발라드등 장르를 초월하는 명곡을 빚어냈다..아니 벌써'.내마음에 주단을 깔고'.내 마음은 황무지'.가지 마오'.회상'.청춘'….이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고묻혀버려 더욱 아쉬움을 주는 곡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산울림이 다시 돌아온다.각자의 길을 가느라 뿔뿔이 흩어진지 14년만의 일이다.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일회성 공연이 아니라 정식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수시로 공연도 벌이는 어엿한.재결성'인 셈이다.올 한햇동안만 한시적으로 활동한다는 단서가 붙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바뀌는 우리 가요계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의외로 요즘 젊은이들이 산울림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게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죠.산울림의 음악이 정점에 달했던 9집을 끝으로 그룹을 그만두었던게 여태까지 못내 아쉬웠어요.”(김창완) 방송 진행자,또 가끔은 탤런트로 유유자적하며 솔로로 음악을 계속해온 김창완보다 음악에 대한 갈증이 강했던 창훈.창익 두 동생이 강력하게 재결성을 희망했다. “다시 신인이 된듯 어리둥절합니다.이민 생활중에도 혼자 연습하고 곡도 쓰고 현지의 음악인과 연주해 봤지만 여전히 갈증은 해소되지 않더군요.”(김창훈) “드럼이란 악기가 혼자 할 수 있는게 아니잖습니까.한바탕 스틱을 휘두르고 나면 20년전의 청년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입니다.”(김창익) 87년 도미,지금은캐나다에서 수산물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업가 김창훈은 재결성을 위한 신곡 협의차 지난해 말부터 태평양을 사이에 둔 서울과 캐나다를 부지런히 왕래하고 있다.그는 92년.충격'이란 솔로 음반을 만들기도 했다.김 창익은 대우자동차 의 차장이다.누구보다 재결성을 반긴 그는 밤잠을 줄여가면서 신곡을 연습하고 월차휴가를 내서 녹음에 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어떤 모습일까.“.아니벌써'가 70년대의 파격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90년대식의 파격이 될 것”이란게 형제들의 장담이다.그들은 또 옛시절의 팬들 뿐만 아니라 10대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노래들을 골랐다고 한다. 다음주말로 발매일자가 잡혀있는 산울림의 통산 13집.무지개'에는 모두 11곡의 신곡이 담겨 있다.대부분 초기시절의 음악을연상시키는 직선적이고 다이내믹한 록 넘버들이다.김창완의 불안한고음이 색다른 맛을 주는.기타로 오토바이를 타 자'.142434',김창훈의 이민생활에서 빚어진 고독이 배인듯한.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고백'등이 세월의 간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자못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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