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호자인가 감시자인가, CCTV는 잠들지 않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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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18면

무역회사 8년차 사원인 골드 미스 C씨는 월요일 아침 늦잠을 잤다. 급히 출근 준비를 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하품을 두 번 했다. 자동차를 운전해 회사로 가는 동안 신호 대기를 할 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아침 화장을 마쳤다. 지하주차장에서 후진 주차를 했는데 운전이 아직 서툴러 세 번이나 전·후진을 반복했다. 회사 로비에서는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C씨의 이날 아침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니, 바로 CCTV다.

서울 시민 하루 36회 노출

CCTV, 즉 폐쇄회로 텔레비전(closed-circuit television)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 시민은 하루 평균 36차례 이 감시자와 마주친다는 통계도 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CCTV관제센터(사진)는 412대의 카메라를 관리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2012년까지 400대의 CCTV를 설치한다고 하니 우리를 지켜보는 눈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썩 기분 좋지 않은 이 시스템이 왜 허락되는가? 범죄 예방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숭례문 방화 사건 범인 검거도 CCTV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처음 개발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이다. 나치의 V2로켓 시험발사 과정을 중계했다. 요즘은 군사용과 치안용에서 벗어나 민간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교통정보 파악에는 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성능의 발전도 눈부시다. 90년대 후반부터 컬러 카메라가 보급됐고 줌인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20층 건물 위의 카메라가 C씨가 사용한 립스틱의 메이커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점은 역시 사생활 침해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 주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고성능 카메라들은 모든 방향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까마득히 먼 곳의 카메라가 내가 읽는 신문을 같이 읽고 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모니터 감시 요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인성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사진·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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