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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매직 믿어, 반전의 시기 조만간 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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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12면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되는 것 맞나.
“글쎄, 인사는 대통령께서 하시는 거니까 알 수 없다. 나로선 급할 게 없다. 학기 끝나고 천천히 보려고 한다. 마침 내년이 안식년이다.”

복귀설 도는 ‘왕의 남자’ 곽승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미래기획이니 MB노믹스니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촛불시위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MB노믹스가 동력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핵심 세력은 와해되고 반대 세력만 형성된 느낌이다. 하지만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왜 뽑아 줬나. 이명박다운 것, 지난 정권과 차별화되는 것, 그런 것 때문에 뽑아 준 것 아닌가. 그게 바로 MB노믹스인데 자꾸 변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이번 학기 학부생을 대상으로 도시부동산 금융론을 강의하고 있었다. 서브 프라임 문제에 대해 물었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처는 적절했나.
“인수위 때 보니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한 거 같더라. 전 정권은 이 문제를 주의 깊게 관찰해 왔는데 정작 우리는 대선 승리의 자만에 너무 빠져 있었다.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

-강만수 경제팀의 실책이란 얘기로 들린다.
“경제 주체들에 대한 정부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된 측면이 있다. 환율 정책도 혼선이 있었고, 성장이냐 안정이냐 하면서 왔다 갔다 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직원 한 명이 기발한 파생상품 하나 만들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정부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얘기는 그의 소신인 공공부문 개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어려울수록 구조조정도 해야 하고 어려울 때 개혁도 해야 한다. 지금 주공-토공이나 신보-기보 통합도 거의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신보는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니까 오히려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매각 수입만 60조∼70조원에 달한다. 그 돈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 국면이니까 공기업 개혁 시기를 좀 조정할 수도 있지 아닐까.
“아니다. 단기적 대응책, 그러니까 금리·환율·재정 정책을 펴는 것과 중장기적 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것은 전혀 상충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투 트랙으로 추진해야 한다. 몇 년 뒤 세계 경제가 좋아져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올라갈 줄 아나.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를 봐도 알 수 있다. 공기업 개혁 같은 확실한 실천과제를 내걸고 성공시켜야 국민이 평가해 준다. 2∼3년 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은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완화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높여 놓아야 세계 경제 회복기에 한국 경제도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그의 말은 거침없었다. “국·영·수 제쳐놓고 예체능만 공부해선 고득점 못 받는다”거나 “땅에 떨어진 정권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공기업 민영화는 서둘러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에게 공기업 개혁은 MB 정부의 ‘국·영·수’인 듯했다.

-그렇게 강하게 공기업 개혁 얘기를 하다 역풍 맞고 물러난 것 아닌가.
“그것만 강하게 얘기한 줄 아나(웃음). 민노총하고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쇠고기는 우리가 생각 못 했던 부분이었고 결론적으로 우리가 졌다. 하지만 민노총 문제는 다르다. 패잔병을 다 끌어모아 우리가 유리한 지형에서 귀족 노조, 정치 노조와 한번 붙자는 게 내 주장이었고, 그 고리가 공공부문 개혁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민노총 시위가 촛불과 합쳐진다며 반대가 많았다. 그 싸움을 올해 했다면 3년 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는 데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
지금의 청와대 참모와 각료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청와대 비서진에 아쉬운 건 없나.
“왜 없겠나. 시장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을 앞에 세우고 참모들은 뒤에 숨고 있다. 참모들은 소모품이 돼야 한다. 앞에서 열심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 목소리만 나온다. 대통령은 가급적 실수 안 하도록 해야 하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장이 진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다들 뒤에 숨어 있다. 왕이 앞에서 화살을 맞으면 전쟁에서 지는 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그랬나.
“금리 내리라는 얘기를 대통령이 여섯 번 했다고 하더라. 근데 금리가 어땠나. 참모들이 미리 은행장 만나 설득하고 대통령이 말하면 쫙 움직이게 해야지…. 대통령 발언이 신뢰를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수도권 규제완화도 말이 많다.
“그거 전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거다. 70%가 찬성하는 공기업 개혁도 못 하고 있으면서 갑자기 수도권 규제완화 하겠다고 나오면 당연히 반발이 있다. 그걸 하려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초광역경제권 구상과 함께해야 한다. 부산∼여수∼목포 해안선을 잇는 인구 1000만 명의 초대형 경제권을 만드는 구상이다. 그런데 지금 이 계획은 쏙 들어갔다. 행정구역 개편도 무슨 실익이 있는지 국민은 잘 모르고 있다. 야당은 선거구 개편으로 이해하고 있고.”

혈기방장한 40대 열혈 교수의 목소리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그는 대선 이후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이상득-정두언-이재오-박영준 등 이른바 창업공신들이 단합 모드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물러난 1기 청와대 수석끼리 사랑방 모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내가 간사다. 1기 청와대 수석과 물러난 장·차관들이다. 이종찬 전 민정수석 사무실에 모여 우리가 MB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격정적인 그의 토로를 2시간 넘게 듣다 보니 문득 그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당신은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다. 난 정책 쪽에서 MB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내 인생의 성공이다. 5년 뒤 나는 성공한 정부에 기여했다는 소리만 들으면 만족한다.”

-이 정권이 실패하면 당신의 인생도 실패한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나는 MB를 봐 왔다. ‘이명박 매직’이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그가 툭툭 털고 일어나 탁탁탁 하면서 굉장히 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며 결단을 내리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갑자기 상황이 확 바뀔 거고. 그런 반전의 시기가 조만간 온다. 두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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