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 이명박·박근혜 힘 합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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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01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29일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전영기 중앙SUNDAY 편집국장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국가적 난국에 자기 당 사람과 힘을 모으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상황을 좀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삼 前대통령 인터뷰 “박근혜 세력 인정해줘야”

김 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자주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지금도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만나지 않겠다는 건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주식을 사려면 지금 사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아주 잘못한 발언이다. 대통령은 ‘뭐 하면 돈 번다’ 같은 그런 말을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팀 교체 논란과 관련해서는 “정치는 인사가 만사”라며 “필요할 때는 해야 하고 국민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적으로 단합이 필요한 때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협력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버락 오바마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내정했다.
“지금은 난국이다. 어려울 땐 다른 당과도 협력해야 하는데 자기 당 사람과 힘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박 전 대표와도 힘을 합해야 한다.”

-박근혜 총리론에 대한 생각은.
“어떤 직책을 딱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협력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자주 만나야 한다는 거다. 비교적 자주 만나는 게 좋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만나지도 않으면서 아주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또 만나면서 가까워지는 거고.”

-지위와 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박 전 대표는 경쟁자였던 사람이고 지금도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나는 안 만날란다, 그건 옳지 않은 생각이다. 격식 따지라는 사람 얘기는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 정치는 그런 게 아니다. 적이라도 꼭 필요하면 싫어도 만나야 하는 게 정치다.”

-거국내각 얘기도 많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 있는데 거국내각은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그다지 어필하지도 못할 거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각에 많이 들어가는 게 좋다. 그래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명실공히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같은 보수 진영인 이회창 총재와 자유선진당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건 어떻게 보나.
“한나라당 하나면 족하다. 박근혜 사람도 몇 명 내각에 넣으면 되지 않겠나.”

-이 대통령은 최근 주식을 사려면 지금 사라고 했는데.
“그건 실언이다. 아주 잘못된 발언이다.”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뭐 하면 돈 버는 거다, 그런 얘기를 대통령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거다. 말을 좀 가려 할 필요가 있다.”

-현 경제팀이 신뢰를 잃었으니 교체하라는 여론이 있는데.
“사람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다. 나도 장관을 수없이 바꿨지만…. 정치는 인사가 만사다.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 대통령을 바꿀 방법은 5년간 없지 않나. 장관을 바꾸면 자연히 새로운 정책을 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 국민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 다수 국민이 바꾸라면 바꾸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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