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200억 탈세’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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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불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억원의 배당소득세를 탈세했다는 의혹은 해외사업과 관련한 것이다. 박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이 지분의 98%를 가진 태광실업은 지난해 3043억원의 매출액에 39억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다. 198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신발을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국내의 조업 환경이 나빠지자 2002년 3월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칭다오와 베트남에 설립한 해외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이 무렵 홍콩에 미국 시민권자 A씨를 대표로 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신발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태광실업의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2005년 11월 태광실업 본사가 신발 원자재 수출을 하는 회사 ‘태진’을 흡수 합병하면서 홍콩법인은 문을 닫았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박 회장은 A씨를 통해 홍콩법인이 3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금 600억원과 이자수입 2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배당 형태로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배당을 받으면 국내에서 번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박 회장은 이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른 배당소득세 포탈액이 200억원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홍콩법인이 거래 과정에서 거래 대금을 조작하는 형태로 이익을 부풀리고 박 회장에게 과도한 배당을 했다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해외투자 과정에서 각종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한 세무사는 “한국은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이 35%지만 홍콩은 그 절반인 17% 수준”이라며 “일부 사업가들이 조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박 회장이 보유했던 해외자금 800억원의 조성 경위와 사용처, 국내 유입 여부 등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 측 해명은 다르다.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원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홍콩법인을 세운 것으로 배당금 800억원 중 600억원은 해외사업에 재투자했다는 것. 남은 200억원도 해외사업을 위해 홍콩에 그대로 남겨놓았으며 박 회장이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재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다”며 “배당소득세 문제는 복잡한 세법 조항이 걸려 있어 법정에서 다퉈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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