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막는데 1천6백억 헛돈-한보공사비 왜 많이 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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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매립지 위에 세워지는 공장은 돈을 빨아들이는.블랙홀'인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도 바다를 매립한 땅에 지어진 다른 공장들과 마찬가지로 지반침하에 따른 보강공사로 공사비가 무려 1천6백여억원이 더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92년부터 3년동안 아산만에 90만평 규모로 건설된 당진제철소 매립공사에는 2천5백만입방의 흙이 동원되고 공사비만 해도 모두 2천4백14억원이 소요된 대역사. 그러나 당진제철소는 본격적인 공장 착공이후부터 땅이 꺼지는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 이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보강공사를 벌이는등 초반부터 계획에 심한 차질을 빚었던 것. 한보그룹의 고위관계자는“사전 지질조사를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실시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표본 구멍을 몇개 뚫어 확인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택했다”며“지반침하를 사전에 철저하게 예측하지 못해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 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립공사를 끝내고 공장건설에 들어가면서 당초 예상치 못한 막대한 돈이 지반 보강공사비로 투입돼 한보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한보그룹이 제일은행에 제출한 투자계획 변경 자료에 따르면 96년 3월과 12월에 지반 보강공사명목으로 각각 7백28억원,9백30억원등 모두 1천6백58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매립작업을 담당했던 김창룡(金昌龍)한보건설 부사장은“지반침하에 대한 우려로 앞바다의 준설토를 매립에 이용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산토(山土)를 이용한데다 매립예정지에 이토(泥土)가 많아 흙도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 공사가 상당히 힘 들었다”고 말했다. 높이 1백4로 무게만도 2만에 달하는 코렉스 1,2호기 설비가 들어서는 B지구의 경우 2백억~3백억원이상 소요되는간벽(Diaphram Wall)공법이 도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하중으로 인한 지반침하를 막기위해 지하 45 암반층까지 파고 들어간뒤 완전탈수후 10만입방규모의 통 콘크리트로 암반을 보강하는 대대적인 지지공사를 벌인 것이다. 프랑스 솔레탕쉬사가 개발한 이 공법은 통상적으로 다른 공법보다 2~3배이상 공사비가 더 들어가 추가 공사비 부담에 영향을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진제철소 건설본부의 한 관계자는“10여차례 이상 설계변경이이뤄진데다 콘크리트파일도 당초 예상보다 2배이상 들어갔다”며“파일도 인근 건물에 영향을 주지않기 위해 땅에 쳐서 박는 타설공법대신 구멍을 파서 파일을 묻어 비용이 3~4 배이상 소요되는 드릴링공법으로 시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1백71개 국가.지방공단중 매립지에 조성된 23개 공단(통산부집계)도 대부분 지반침하로 인해 공장건설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매립지인 부산 신호공단에 50만평 규모로 조성중인자동차공장도 지반침하등으로 파일을 1만8천개나 박는등 공장부지조성에만 3천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포항제철이 전남 광양만에 매립,조성한 3백만평 규모의 광양제철소도 지반침하로 2백20여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등 엄청난 투자를 거듭했다. 그러나 당국은 공유수면 매립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지난해 건설교통부에서 해양수산부로 이관되는등 오락가락한데다 각종 문제점에 대한 실태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홍병기 기자> 한보 자금관리단은 3일 오전부터 서울대치동 한보그룹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한보철강 협력업체에 대한 어음확인서 발급을 시작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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