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일등기업>2.말레이시아 겐팅社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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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말레이시아는 사시사철 여름인 나라다.그러나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자동차로 1시간남짓 달리면 한국의 봄처럼 포근한 1천8백의.구눙 울루 칼리'산이 나온다. 이 산 정상에 바로 겐팅사가 자랑하는 종합 오락단지인 하이랜드가 있다.이곳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과 골프장,그리고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하이랜드 호텔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카지노가 있다.도박을 금지하는 회교국가인 말레이시아가 이곳만큼은 도박업을 허용했다. 말레이시아 최우량기업으로서 겐팅이 있기까지 처음에는 이 카지노의 역할이 컸다.지난 60년대 건설업으로 출발한 겐팅은 71년 하이랜드에 카지노를 개장,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관광사를 운영하는 조덕행(趙德 ) 연합여행사 사장은“겐팅의 오너회장인 림 고 통(중국 푸젠성 출신)은 마카오의 스탠리 호와 함께 아시아의 2대 카지노 왕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한다. 4명의 아들을 둔 림 고 통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전히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후계자는 영국 런던대 토목공학 학위를가진 아들 림 코크 다이로 알려져 있다. 겐팅은 하이랜드 리조트에 있는 놀이시설과 카지노,그리고 골프장 수입등을 통해 말레이시아 기업중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겐팅은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이용,말레이시아의 각종 관광지에종합 리조트를 건설해 나갔다.우거진 열대 숲,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백사장이 그림같이 어울린 해변이 수없이 펼쳐져 있는 말레이시아의 자연환경을 가장 잘 이용한 기업이 바로 겐팅이다. 관광호텔및 오락단지 개발로 재미를 본 겐팅은 지난 79년 부동산 회사인 아시아틱사를 설립,팜 오일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후 아시아틱은 홍콩및 싱가포르인들 소유의 거대한 농장을 사들여 말레이시아인들에게 긍지를 되찾아 주기도 했다.아시아틱사는이제 서울크기의 3분의2를 넘는 4백26평방㎞의 광활한 농장을보유하고 있다. 무공(貿公) 콸라룸푸르 무역관의 임성빈(任成彬)관장은“말레이시아는 전세계 4천개 외국기업이 제조업을 장악하고 있지만 겐팅은 말레이시아 고유의 장점을 살려 어떤 다국적기업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며“이제 겐팅은 종합 오락업에 서 농장.제지.전력사업까지 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겐팅그룹은 현재 사내 현금 보유액만 5억달러(약 4천3백억원)에 달하는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무구조.장기적 비전.경쟁력등에서 가장 뛰어난 말레이시아 기업으로 손꼽힌다. 겐팅은 최근 경영다각화에 열심이다.지난 94년 설립한 제지회사 .겐팅 산옌'은 현재 겐팅그룹 총 매출의 11%를 차지한다.현재 말레이시아 산업제지 수요의 50%를 공급하는 이 회사는올 연말이면 연간 25만의 신문용지 생산능력도 확보하게 된다. 지난 94년초에는 겐팅 산옌 전력회사를 설립,8억링깃(약 2천4백억원)을 들여 72만 급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 지난해 1월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했다.이밖에 겐팅은 지난해 석유및 가스 개발사업에 나서 인도네시아 미투리 지역에서 가스광 을 발견해내는등 말레이시아 기업의 대표주자로 사업확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버나드 키 영업담당 부사장은 “겐팅은 이미 진행중인 미얀마와 인도에서의 석유개발.발전사업을 포함,앞으로는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콸라룸푸르=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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