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개종한 새 신자 김덕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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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진사 김덕수(31)씨는 올들어 몸무게가 4kg 정도 빠졌다.지난해 12월 이슬람으로 개종한뒤 처음 맞는 라마단 단식 덕분이다.10억명이 넘는 전세계 무슬림 형제들이 함께 하는 외롭지 않은 고행이지만 김씨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나날이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졌던 신앙을 포기하고 새로운 종교를 얻는 과정에 아픔이 따르지 않을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삶이 곧 교리’인 이슬람 신자가 되는 길에는 장벽이 많습니다.” 아침·점심을 굶고, 일하다가 예배를 드리러 슬그머니 사라지는 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상한 사람’취급 당하기 일쑤고 술자리를 기피해 친구들도 여럿 잃었다.

“주위의 시선은 따갑지만 30년동안 이슬람을 모르고 살아온 저로선 과거의 죄를 용서받고 7백배 이상 보상받는다는 라마단 단식이 진정한 무슬림으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가 이슬람을 처음 접한 것도 지난해 라마단 단식기간때였다.아랍문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태원의 중앙성원을 찾은 김씨는 단식에 참여한 외국인들의 경건한 눈빛과 서로 감싸주는 따뜻한 마음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몇권의 안내서적을 얻어온뒤 틈틈이 이를 읽으며 ‘이슬람=테러·마술·아라비안나이트’로만 알았던 선입관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이전에 갖고 있던 종교에 적지 않은 회의를 느꼈던 그는 결국 오랜 갈등과 방황 끝에 지난해 11월 예비신자로 등록하고 ‘칼리드’라는 이슬람 이름을 얻었다.이때부터 그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삼겹살과 보신탕을 좋아했고 1주일에 네다섯번씩 소주를 거나하게 마시던 그는 이제 이런 것들과 영영 결별해야 했다.대신 수단·터키등 세계 각국의 ‘형제들’이 생겼고 이들의 집을 방문해 독특한 향의 차를 마시는 새로운 즐거움을 얻었다.

“잘못된 선입관을 근거로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비방하는 것만큼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일터에서 서쪽을 향해 경건하게 절하며 하루중 세번째 예배인 ‘아스르’를 마친 김씨는 이런 작은 소망을 지니고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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