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돈 받아 산 9억대 김해 상가, 돈 준 홍기옥씨가 ‘의문의 근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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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삼씨의 사위 이영수씨가 1층 전체를 소유한 경남 김해시 내외동 10층짜리 C빌딩. 정씨 형제는 이 건물 1층을 사위 명의로 사들여 성인오락실을 운영했었다. [김해=송봉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정화삼(61·구속)씨가 세종증권 매각 알선 대가로 받은 돈으로 김해시의 상가를 산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66)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노씨가 세종증권 매각에 관여하고 이 부동산 전체 또는 일부 지분을 대가로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수사 단서들이 있다”고 말했다.

본지 추적 결과 이 부동산은 경남 김해시 내동의 C빌딩 1층 전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화삼씨의 동생 추삼(57)씨가 팔순 노모 신모씨의 명의로 R게임랜드라는 불법 성인 오락실 영업을 하다 2006년 8월 경찰에 적발됐던 곳이다.

검찰은 특히 오락실 영업 수익의 일부가 노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받은 돈의 일부가 이 오락실 창업 자금으로도 쓰인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R게임랜드는 사행성 성인 오락기 등 170여 대를 놓고 두 달간 운영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화삼씨 측과 노씨가 사실상 동업자 관계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심모씨는 “오락실 개업식 때 노건평씨가 직접 왔다. 당시 오락실이 있는 건물 1층이 노씨의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C빌딩은 김해시 중심가에 있는 10층 규모의 건물이다. 그중 1층은 115평 크기다. 오락실 폐업 뒤 정추삼씨가 식당을 운영했다가 현재는 영어학원이 임대해 내부시설 공사 중이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 상가의 임대 소득이 노씨에게 흘러갔는지도 조사 중이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상가의 소유주가 정화삼씨의 사위인 전 청와대 행정관 이영수(33)씨로 돼 있다. 이씨가 2006년 5월 29일 이 상가를 9억20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적혀 있다. 정화삼씨 형제가 홍기옥(58·구속) 세종캐피탈 사장으로부터 약 30억원을 받은 지 석 달 뒤의 시점이다. 상가의 전 소유주인 김모(48·여)씨는 “당시 건물을 담보로 한 채무를 인계하면서 현금으로 3억여원을 받고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때는 이씨와 중년의 남성이 함께 부동산중개업소에 왔는데,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 그 중년 남성이 바로 정화삼씨였다”고 말했다.

등기부 등본에는 2006년 7월 홍기옥씨가 이씨를 상대로 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올해 3월 3일 해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은 근저당권 설정은 노씨 측이 자신의 허락 없이 정씨나 사위 이씨가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해놓은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유권 다툼에 대비해 홍씨가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영수씨는 오락실 불법 영업이 경찰에 적발된 뒤 상가를 팔려고 했지만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씨 등 관련자들이 뭐라고 설명은 하는데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노씨를 불러 문제의 부동산에 대한 실제 소유권을 갖고 있는지, 오락실 영업 수익이나 또는 상가 임대 소득을 챙겼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노씨가 상가를 차명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이상언·김승현·정선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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