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용카드 정보 최고 25달러에 사고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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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내 신용카드 정보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미국의 보안업체 시만텍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개인 신용카드 정보는 한 장당 10센트(약 150원)~25달러(약 3만7000원)였다. 이 같은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형성된 세계 온라인 불법경제 규모는 약 2억7600만 달러에 달한다.

시만텍코리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하경제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세계 온라인 지하경제 시장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이 불법 거래되는 것은 개인의 신용카드 정보와 금융계좌 정보였다.

불법 정보거래 중 신용카드는 전체의 31%를 차지해 가장 컸다. 범죄자가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 정보를 알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상품 판매자나 신용카드 회사가 이 같은 범죄행위를 즉각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런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금액은 신용카드 한 장당 평균 4000달러에 달했다.

또 금융계좌 정보는 불법 정보거래 시장에서 20%를 차지해 범죄자들에게 둘째로 인기가 높았다. 이 정보의 불법 거래 금액은 한 건당 평균 10~1000달러였다. 신용카드 정보보다 금융계좌 정보 거래 가격이 더 비싼 것은 이를 이용해 현금을 쉽게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개인정보의 불법 거래에 가담한 범죄자는 약 6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들이 주고받은 e-메일·메신저 등은 약 4400만 건이었다. 이런 범죄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버를 기준으로 북미가 46%로 가장 많았다. 유럽연합(EU)·중동·아프리카가 38%,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2%로 뒤를 이었다.

시만텍의 스티븐 트릴링 보안기술 담당 부사장은 “사이버 범죄자들이 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범행장소를 자주 바꾸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시스템에 침입해 마구잡이식으로 정보를 빼내는 대신 신용카드번호의 진위를 가리는 소프트웨어(SW) 등 꼭 필요한 데이터만을 해킹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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