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엔貨>1.마지노 120엔線 붕괴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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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엔화의 하락행진이 심상치 않다.특히 일본과 세계시장 곳곳에서경쟁하는 한국으로서는 엔저는 가격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현 상황의 배경과 전망,한국에 미칠 파장등을 다각도로 점검해본다. [편집자註] 일본 엔화가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28일 도쿄시장에서 1달러=1백20엔이 무너진데 이어 런던과 뉴욕시장에서 다시 1백21엔으로,29일 도쿄시장에서는 다시 1백22엔선으로 속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철강회사인 NKK는 28일 녹슨 용광로 1기(基)에 다시 불을 집어넣었다.“달러당 1백엔에도 채산을 맞출 수 있다”는 NKK가 엔약세를 틈타 포항제철 추격에 불을 댕긴 것이다.자동차등 일본수출업계도 표정관리에 한창이다.달러당 1엔씩 떨어지면 일본 상장기업들의 경상이익은 0.4%포인트씩 늘어나기 때문이다(노무라총합연구소). 반면 일본정부는 우려 일색이다.“달러당 1백20엔은 미.일이잡아놓은 허용한도다.이 선이 무너지면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다”(가지야마 세이로쿠 관방장관).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도 29일“급격한 변동은 환영하지 않는다” 고 엔저를 견제하고 나섰다.엔약세→주가폭락→금융기관.기업 파산→경기위축 악몽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일은(日銀)이 2년반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할 채비를 차리고 있지만 엔화약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환율흐름에 대해 일본총합연구소는“미.일간 경제격차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공전의 호황인 미국경제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경제실력 차이가 환율에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환율을 결정하는 기본적 요인인 양국간 금리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지난해 3%대로 떨어졌던 양국간 실질금리 차이는 현재 4.4%에 이르고 있다.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 초(超)저금리를 포기할수 없는 상황에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경기조절을 위해 이자율을 올릴 경우 엔화약세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26면 .엔화'로 계속 선진국간의 이해관계도 강 당연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환율을 결정하는 기본적 요인인 양국간 금리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지난해 3%대로 떨어졌던 양국간 실질금리 차이는 현재 4.4%에 이르고 있다.일본이 경기회복을 위해 초저금리를 포기할수 없는 상황에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가 경기조절을 위해 이자율을 올릴 경우 엔화약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간의 이해관계도 강한 달러쪽에 맞춰지고 있다.우선 미국경제가 해외자금의 유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상“강한 달러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루빈 미재무장관)”는 입장 변화는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여기에다 달러고에도 아랑곳없 이 미국기업들의 수익은 경영합리화와 비용삭감 노력으로 고공행진을 거듭중이다. 독일도 유럽통화 통합을 앞두고 높은 실업률과 불투명한 경기전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르크화의 약세를 원하고 있다. 다음달 8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G7)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도 엔화하락 저지를 위한 합의 도출 가능성은희박하다. 새로운 변수가 없는한 엔약세 반전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후지은행은“국면전환을 위해서는 일은의 외환시장 개입과 함께 일본의 금리인상 일본 무역흑자의 대폭 증가 미국주식의 폭락등 외부변수가 필요한데 당분간 그 가능성은 기대하 기 힘들다”고 말했다.한국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일 수 밖에 없다. 일본기업들도 바라지 않는다.노무라총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달러당 1엔씩 엔약세가 되면 상장기업의 이익은 1%가 늘었지만 현재는 0.4%에 머물고 있다. 한편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환율이 달러당 8백60원 돌파를눈앞에 두고 있다.29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매매기준율인 8백57원50전보다 2원 높은 8백59원50전에 거래가시작됐으며 환율이 한때 8백60원까지 올랐다가 8백59원40전에 장을 마감했다.이에 따라 30일 고시될 매매기준율을 달러당8백59원60전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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