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부동산 한파에도 소형 아파트는‘봄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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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에 따라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에서 모두 소형이 전통적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과 집값 상승률을 보여 온 99㎡대의 중형을 눌렀다. 주택 크기별로 대형에서 시작된 한파가 중형까지 퍼지고 있지만 소형만 홀로 강세인 것이다.

실물경기 위축 등으로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이 극심하게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소형 아파트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최근 소형 1순위 경쟁률이 중형보다 4배가량 높게 나온 서울 용산 신계e편한세상 견본주택.


◆인기 상품 된 소형=대림산업이 19일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서 분양한 신계 e편한세상 81㎡와 82㎡는 1순위에서 각각 4.6대 1, 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109㎡는 1순위에서 마감되긴 했지만 경쟁률이 1대 1 정도에 그쳤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30일 중구 회현동에서 분양한 롯데캐슬아이리스도 46~62㎡만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지난달 초 송정동에서 나온 서울숲아이파크의 경우 84㎡는 1순위에서 18.8대 1 경쟁률을 보인 반면 112㎡는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도 마찬가지. 서울 소형 아파트값은 올 들어 4.9% 올랐다. 중소형(전용면적 60~85㎡)은 2.8% 올라 소형엔 못 미쳤다. 반면 전용면적 85㎡ 이상은 모두 내렸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33㎡는 올 들어서만 2000만~3000만원 올라 3억1000만원 선이지만 145㎡는 1억원 정도 내려 16억원 선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1차 72㎡도 3억6000만원 선으로 연초보다 5000만~6000만원 올랐다. 이 단지의 128㎡는 연초와 비슷한 6억원대 초반 선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소형엔 매수 문의가 꾸준하지만 99㎡대 이상으론 매수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형의 인기는 주택 수요자들이 경기침체,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부담이 작은 싼 집을 찾고 있어서다. 기존 소형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자금 부담, 시장 위축 등으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99㎡대 청약자 가운데 소형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는데 이들 수요가 많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권에선 재개발·뉴타운 이주 수요로 전셋집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었다. 전셋값이 뛰면서 불안해진 실수요자들이 아예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다.

◆강세 언제까지 갈까=당분간 소형의 인기가 지속될 것 같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불경기 땐 조금이라도 값이 싸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것을 찾는 게 사람 심리여서 똑같이 방이 3개라면 99㎡대보다는 66㎡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자산 디플레이션에 대한 압박이 강해 실수요라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99㎡대 이상엔 섣불리 청약하거나 매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소형이 인기를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 약세가 더 심해지면 소형도 대세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 여건이 좋은 소형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소형만 있는 단지보다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골고루 있는 단지가 좋다. 다양한 크기의 주택이 모여 있는 게 단지 내 커뮤니티 형성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이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소형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며 “소형을 선택할 때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보다는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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